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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사 안되지만 한푼이라도…” 휴가 잃은 자영업

등록 2012-08-06 20:39수정 2012-08-06 21:52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에서 상인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휴가철인데도 절반 이상의 가게는 휴가를 떠나지 못하고 영업중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에서 상인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휴가철인데도 절반 이상의 가게는 휴가를 떠나지 못하고 영업중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기침체에 매출 뚝 떨어졌지만
시장상인 등 휴가 반납한채 영업
“문 닫으면 왔던 손님도 다시 안와
연중무휴 인식이라도 심어줘야죠”
열흘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 통로 가운데 노점에서 모시로 된 반팔셔츠를 전부 풀어헤친 김아무개(58)씨는 팔려고 쌓아둔 원단에 기대어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천장이 아케이드로 막혀 있어 시장 바깥보다 더 더워요. 별수 있나, 그냥 이렇게 견디는 거죠.” 시장 상인회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휴가기간으로 정했지만 김씨는 이 기간에도 나와 자리를 지켰다.

동대문구 서울풍물시장에서 등산복을 파는 김아무개(44)씨는 “작년엔 휴가를 다녀왔지만 올해는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다. 내가 있는 라인의 점포 15개 중 현재까지 휴가를 간 업체는 한두 곳이 전부”라고 말했다. 강북구종합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옛날에 시장에 가게가 꽉 차 있을 땐 휴가도 서로 정해서 갔지만, 지금은 각자 알아서 문 닫고 간다. 휴일에도 문을 연 가게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 생각에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지만 경기 불황과 대형마트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은 휴가도 반납하고 장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광장시장 상인회의 말을 들어보면, 상인회 공식 휴가 기간인 지난 주말에도 전체 700여개 점포 중 절반 이상이 문을 열었다. 그동안 일요일은 항상 쉬거나 격주로 쉬었지만, 지난해 후반부터 혼수용품이나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매주 일요일 장사를 하고 있다. 한명이라도 오는 손님을 잡으려거나, 휴가 생각을 아예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영재 광장시장상인총연합회장은 “폭염이 시작되기 전인 보름 전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매출이 40% 정도 줄어들지만 휴가철 주말도 반납하고 영업하는 가게들이 많다. 10원을 팔더라도 대형마트 등과 서비스 경쟁에서라도 뒤지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상인회에서 식품부문 회장을 맡고 있는 민관기(57)씨는 “직접 찾아오는 손님이 줄자 점포들이 판로를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인터넷을 본 젊은이들이 주로 주말에 시장을 찾기 때문에 장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의 5평 남짓한 가게에서 카펫을 파는 박아무개(60)씨도 휴가기간 내내 영업을 했다. “손님이 어렵게 시장 왔는데 가게가 문 닫은 걸 보면 다시 오기 힘들다. 연중무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장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고 폭염을 기록한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음식점 매니저 고아무개(33)씨는 “최근에 같은 종류 음식을 파는 경쟁 업체가 생겨서 주말 손님이 3분의 2로 줄어 휴가도 없다”고 했다. 고씨는 “휴가철에 나와서 일하는 것도 매출 상승에 도움 된다기보다는 ‘연중무휴’라고 써 붙였기에 고객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매출보다는 장기적인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고 휴가를 자진반납하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휴가’나 ‘휴일’ 개념을 잃어버린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6월 통계청이 낸 ‘개인사업체 현황 및 특성 분석’ 결과를 보면, 5인 미만 개인사업체 중에서 휴무일이 없는 사업체는 28.3%에 이르렀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휴무가 없는 비중이 42.2%나 됐다. 월 1~3일 휴무는 26.4%, 4~5일 휴무는 26.8%였다.

시장 상인들이 일하면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어와 시장으로 나르는 인부들도 일한다. 과일 도매 가게 앞에서 트럭에 수박을 싣고 있던 인부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쉬는 날이 어딨냐. 일거리가 없으면 휴가다”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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