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위 4명중 1명 실업
3년새 2배 가까이로 늘어나
3년새 2배 가까이로 늘어나
올해 초 서울대 이공계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아무개(35)씨는 아직 학교에 남아있다. 박사 과정 졸업 뒤에도 연구소나 대학에서 1~2년 연구 경험을 쌓는 ‘박사 후 과정’(포스트 닥터)을 밟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 닥터는 정부나 대학이 당장 일자리를 얻지 못한 박사 과정 졸업자들에게 연구비를 주고 연구 경력을 쌓게 하는 일종의 ‘비정규 연구원’ 상태를 말한다. 정씨는 “요즘엔 정교수가 되려면 거의 누구나 포스트 닥터 과정을 거치지만, 이 중 20% 정도만 정교수가 된다”며 “(스펙을 높이기 위해) 외국의 포스트 닥터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교수직 대신 취업하는 것도 고려한다고 한다.
학력 인플레가 심해지면서 이른바 ‘박사 실업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6일 공개된 ‘서울대 2011년 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박사 과정 졸업자 중 진로가 확인되지 않은 ‘미취업·미상’ 비율이 27.4%에 이르렀다. 박사학위 취득자 4명 중 1명은 교직이나 기업체·연구소 등에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다. 이 비율은 지난 2009년 15.4%에서 3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사 과정 졸업생 가운데 진학과 군 입대를 뺀 ‘순수 취업률’은 2009년 83.4%에서 지난해 70.3%로 떨어졌다.
석·박사들이 모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서울(서울 소재) 대학 교수가 되려면 해외 포닥(포스트 닥터) 등 3년 이상 경력은 기본이고, 엄청나게 좋은 운과 강력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냥 박사학위로 중소기업 정도는 가능하다”거나 “지방대 박사학위 따고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데 가정을 위해 취업을 해야 할지 차라리 귀농을 하는 게 나은지 모르겠다”는 등 진로를 고민하는 글이 넘친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박사학위 소지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박사인력의 경력과 이동성 조사’ 보고서를 보면, 박사학위 소지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35~39살에서는 15.2%인 반면, 34살 이하에서는 33.3%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급인력 시장에서도 청년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비정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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