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국 인권위 초대위원장
현병철 연임 왜 문제인가
연쇄 인터뷰 ④김창국 인권위 초대위원장
연쇄 인터뷰 ④김창국 인권위 초대위원장
독립성 수호가 위원장 최대임무
“행정부 소속”이라고 부적격 발언
정착 위해 대통령들 역할도 중요
MB정부, 인권에 관심 없어보여 지난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김창국(72) 변호사가 “현병철씨는 인권위원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이어 김 변호사까지 전직 인권위원장들이 공개적으로 현 위원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인권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원로로 통하는 김 변호사가 현 위원장 연임과 관련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변호사는 “(현 위원장 취임 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언론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지만, (현 위원장이) 너무 실망스러워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싫어 사양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김 변호사는 “인권위원장은 남다른 인권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며 “인권위 직원들이 신문에 광고까지 하면서 반대하는 인사를 단행한다는 건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현 위원장 연임을 강행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여당까지 반대한다는데 도대체…”라며 노기를 띤 채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김 변호사는 인권위원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지키는 몫은 기관의 장이 해야 한다”며 “법이 보장해 준 독립성을 제대로 지켜내고 수행하는 게 인권위원장이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위원장 재임 시절인 2002년 대통령 재가 없이 외국 출장을 갔다가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은 사례를 거론하며 “당시 청와대 수석들도 ‘(인권위는) 대통령 소속’이라고 할 정도로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이해시키기 힘들었고, 이를 이해시키는 데만 (3년 임기 가운데) 1년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200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현 위원장은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 발언에서 보듯 현병철씨는 인권위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며 인권위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의의를 망각한 업무수행으로 인권위의 권위를 크게 실추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변호사가 인권위원장으로 재임중이던 2002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피의자가 조사를 받다 사망했다. 당시 인권위는 성역으로 여겨지던 검찰에 대해 직권조사를 결정하고 담당 검사와 수사관을 고발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인권위 과장이 검찰 취조실을 현장검증했는데, 널찍한 침대가 있어 들어 올렸더니 밑에서 방망이가 나왔다. 그게 고문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고 회고했다. 독립기구인 인권위의 서슬 퍼렇던 위상을 증명하는 사례다. 2001년 11월부터 만 3년간 김 변호사가 위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인권위는 호주제 위헌 의견 표명(2003년), 네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개선 권고(2003년), 이라크 파병 반대 입장 표명(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2004년) 등 굵직한 인권 의제를 발굴해 의견을 천명했다.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인권위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통령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모두 인권위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힘썼다”는 것이다. 2001년 설립 당시 행정자치부는 인권위에 90명의 정원을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김 변호사는 “인권위원장직을 맡을 수 없다”며 단호하게 대응했고, 이후 김대중 대통령은 정원 180명, 파견 20명, 계약직 16명의 대규모 조직 출범을 재가했다. 2004년 인권위가 이라크 파병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청와대에서도 인권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권위는 그런 일을 하라고 만든 기구”라며 인권위를 두둔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9년 4월, 조직 축소를 거친 인권위의 직원은 160여명으로 줄었다. “이명박 정부는 인권에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고 김 변호사는 씁쓸해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행정부 소속”이라고 부적격 발언
정착 위해 대통령들 역할도 중요
MB정부, 인권에 관심 없어보여 지난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김창국(72) 변호사가 “현병철씨는 인권위원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이어 김 변호사까지 전직 인권위원장들이 공개적으로 현 위원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인권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원로로 통하는 김 변호사가 현 위원장 연임과 관련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변호사는 “(현 위원장 취임 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언론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지만, (현 위원장이) 너무 실망스러워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싫어 사양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김 변호사는 “인권위원장은 남다른 인권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며 “인권위 직원들이 신문에 광고까지 하면서 반대하는 인사를 단행한다는 건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현 위원장 연임을 강행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여당까지 반대한다는데 도대체…”라며 노기를 띤 채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김 변호사는 인권위원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지키는 몫은 기관의 장이 해야 한다”며 “법이 보장해 준 독립성을 제대로 지켜내고 수행하는 게 인권위원장이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위원장 재임 시절인 2002년 대통령 재가 없이 외국 출장을 갔다가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은 사례를 거론하며 “당시 청와대 수석들도 ‘(인권위는) 대통령 소속’이라고 할 정도로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이해시키기 힘들었고, 이를 이해시키는 데만 (3년 임기 가운데) 1년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200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현 위원장은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 발언에서 보듯 현병철씨는 인권위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며 인권위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의의를 망각한 업무수행으로 인권위의 권위를 크게 실추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변호사가 인권위원장으로 재임중이던 2002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피의자가 조사를 받다 사망했다. 당시 인권위는 성역으로 여겨지던 검찰에 대해 직권조사를 결정하고 담당 검사와 수사관을 고발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인권위 과장이 검찰 취조실을 현장검증했는데, 널찍한 침대가 있어 들어 올렸더니 밑에서 방망이가 나왔다. 그게 고문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고 회고했다. 독립기구인 인권위의 서슬 퍼렇던 위상을 증명하는 사례다. 2001년 11월부터 만 3년간 김 변호사가 위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인권위는 호주제 위헌 의견 표명(2003년), 네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개선 권고(2003년), 이라크 파병 반대 입장 표명(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2004년) 등 굵직한 인권 의제를 발굴해 의견을 천명했다.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인권위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통령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모두 인권위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힘썼다”는 것이다. 2001년 설립 당시 행정자치부는 인권위에 90명의 정원을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김 변호사는 “인권위원장직을 맡을 수 없다”며 단호하게 대응했고, 이후 김대중 대통령은 정원 180명, 파견 20명, 계약직 16명의 대규모 조직 출범을 재가했다. 2004년 인권위가 이라크 파병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청와대에서도 인권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권위는 그런 일을 하라고 만든 기구”라며 인권위를 두둔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9년 4월, 조직 축소를 거친 인권위의 직원은 160여명으로 줄었다. “이명박 정부는 인권에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고 김 변호사는 씁쓸해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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