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반응
청와대가 13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하자, 그동안 현 위원장 연임에 반대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인권위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국 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꾸린 ‘현병철 연임 반대와 국가인권위 바로세우기 전국 긴급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세계적으로 추앙받던 국가인권기구를 망가뜨린 이명박 정부는 반인권 정권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날 저녁 긴급회의를 열어 위원장 출근저지 투쟁, 인권위 점거, 단식농성 등 다양한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현 위원장의 연임은 인권위가 정권의 인권 침해 사실에 침묵하는 ‘알리바이 기구’로 전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 대통령이 사실상 독립기구로서의 인권위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00년 12월 인권위 설립을 촉구하며 서울 명동성당에서 노숙농성을 했던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당시 인권위를 만들 때 국가의 인권 침해에 대해 면죄부를 발행하는 기관이 될까봐 걱정했는데 지금의 인권위가 그런 꼴이 됐다”고 개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인사’와 새누리당의 무능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문제가 많아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보고서조차 채택하지 못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은 의회주의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가 방치해서 현 위원장 연임이 결정됐다”며 “현 위원장 연임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이명박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6개월짜리 위원장과는 어떤 협력도 필요치 않다”며 “현병철 위원장이 진심으로 인권위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