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과정서 여론수렴 없고
철학·신념 등은 검증 안해
철학·신념 등은 검증 안해
헌재 구성의 제도적 문제점
헌법재판소가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기본적으로 헌재 구성의 폐쇄성에서도 비롯된다. 우리나라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의 자격을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재조나 재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한 40살 이상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드시 법조인이어야 한다는 제한 때문에 그동안 법원장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검사장 등 고위 판검사가 재판관 자리를 독점했다.
전·현직 재판관 39명 중에 판사 출신이 31명, 검사 출신이 8명으로, 순수 재야 변호사는 단 한명도 없다.
이 중 10년 이상 변호사 활동을 해본 재판관은 5명(한병채·최광률·조승형·하경철·송두환)뿐이었고, 한병채·조승형 전 재판관은 각각 신민당·민정당과 평민당 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기도 했다.
독립적인 헌재가 있는 나라에서 우리처럼 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의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곳은 독일 정도뿐이다. 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체코 등은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포르투갈은 ‘법관의 자격 외에 법학 학사 이상의 학위자’로, 폴란드는 ‘변호사 외에 교수·행정공무원’으로 문호를 넓혀두고 있다.
헌법재판관 지명 제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도록 돼 있는데 지명 과정에서 공개적인 여론 수렴 절차는 없다. 대법관의 경우 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를 추천받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밀실에서 최고재판소의 구성원이 결정되는 셈이다.
국회 몫 3인은 인준투표를 통과해야 하지만,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6명은 국회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대법원장이 3명의 재판관을 지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헌법에서 보장한 추천권은 따르면서도, 그 과정에서 추천위원회를 별도로 꾸려 인선 과정을 밟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에야 이뤄지는 ‘저차원적인’ 검증 절차도 문제다.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위장전입, 탈세, 농지 불법소유 등 기본적인 도덕성 검증에 상당 부분이 할애된다. 대법관 지명 전에 도덕성 항목을 사전에 검증한 뒤 청문회에 올리는 미국의 경우와 대조된다. 정치공세 성격이 강한 청문 태도도 지적받아야 하는 대목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산파 역할을 인정받아 헌재 사상 최초로 순수 재야 변호사 출신 후보자로 추천됐던 조용환 변호사는 “천안함 사건의 정부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만 확신할 순 없다”는 상식적인 발언 때문에 국회 인준투표에서 부결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경험해본 전직 고위법관 출신 인사는 “인사청문회가 ‘흠집잡기’로 흐르고 있어 헌법재판관으로서의 기본권 보호에 대한 신념 등에 대한 검증이 안 되고 있다”며 “다소 흠집이 있더라도 기본권 보호를 위한 철학이 있다면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전향적인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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