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액자·인감증명·산도·화투·진로·묵찌빠…
‘액자 속 태극기, 산도 과자, 진로소주의 상표, 지폐 속 한국은행 총재 관인….’
문화관광부 ‘광복60주년기념 문화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황병기)는 5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일제 문화잔재 바로 알고 바로잡기’ 시민제안 공모를 받았다. 건축·기념·조형물에서 언어와 놀이문화, 문화예술,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606건의 제안이 접수됐다.
땅이름학회·국립국어원·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고증 심사위원회는 최근 이 가운데 70여개 후보작을 추려냈다. 심사위는 다음주 올해가 광복 60돌이라는 뜻에서 60개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추려진 후보작들은 누구나 평소 자주 접하면서도 일제와 관련 짓기 어려운 일상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일제가 남긴 관습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액자 속 태극기’. 고증심사위원회는 “국기를 액자 속에 넣어 걸어놓고 ‘경배’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라는 지적은 검토할 만하다”고 밝혔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군국주의 아래 획일주의를 강제했다는 이유로 후보에 올랐다. 일제 때 도입된 뒤 1990년대 일본과 대만에서조차 폐지됐으나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운용되는 인감증명 제도와 고유의 글자체가 아닌 일본식 양식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지폐 안의 ‘총재의인’ 표시도 잔재로 꼽혔다.
“아니, 이런 것까지” 생활 곳곳 침투한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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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세운 건축·기념물 가운데는 일제가 러-일 전쟁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거제도 취도탑과 송진포 기념비가 ‘으뜸 추천’을 받았다. 심사위는 “취도탑은 일본에서 군신으로 받들고 있는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의 친필 휘호가 남아 있어 일본에서도 찾기 힘든 러-일 전쟁 전승 기념물”이라며 “잔재를 넘어 중요한 역사자료인 만큼 현장에 기념관 등을 세워 관련 유물과 함께 전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인 농장인 김제 하시모토 농장, 일본식 건물인 경주의 시바타 여관과 야마구찌 병원, 조선은행 군산지점 등이 선정됐다. 문화재가 즐비한 경주 시내를 관통하는 동해남부선 철도도 ‘풍수침략’이라는 이유로 후보에 올랐다. 일제가 남긴 지명으로는 만경강과 영산강이 ‘으뜸 추천’을 받았다. 제안자인 조법종 우석대 교수(사학과)는 “조선시대에 각각 사수강, 사호강으로 불린 두 강을 일제가 자의적으로 만경현과 영산포구에 예속된 이름으로 변경시켰다”고 지적했다. 심사위는 일본 거류민 아이를 모아 가르치는 기관에서 시작된 유치원이라는 용어와 지방 출신 사람들이 서울에서 모임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경이라는 명칭도 일제 잔재 용어로 꼽았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는 정부 부처 이름에 ‘적()’이라는 일본식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후보에 올랐다. 문화 분야와 상품 이름들의 왜색도 지적됐다. 샌드를 일본 발음으로 읽은 산도 과자가 대표적이다. 진로 소주의 라는 상표는 일본 우동집 차림표나 스모경기의 대진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삐침이 큰 글자체를 그대로 모방했다는 점에서 ‘으뜸 추천’을 받았다. 제안자인 김민수씨는 “일본에서는 이런 글씨체를 ‘스모체’로 부른다”며 “진로라는 이름은 워낙 익숙한 만큼 ‘시민참여 로고 공모’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으로 시작되는 대중가요 감격시대는 1939년 발표돼 징용과 징병, 승전에 대한 기쁨을 노래해 보급 권장가요로 선정됐다는 이유로, 백년설의 복지만리는 만주 진출이라는 일본 침략정책을 홍보했다는 이유로 잔재 후보로 추천됐다. 놀이문화에서의 일제 잔재 1순위는 단연 화투다. 심사위는 “일본의 화투는 서양 카드를 일본화한 것이지만 한국의 화투는 일본식 용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일제 잔재까지는 아니지만 왜색문화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 도안이나 형태에서 왜색을 제거하고 한국적인 요소를 창의적으로 접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묵찌빠나 쎄쎄쎄 등 어린이들의 놀이도 일제 잔재 후보로 올랐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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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세운 건축·기념물 가운데는 일제가 러-일 전쟁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거제도 취도탑과 송진포 기념비가 ‘으뜸 추천’을 받았다. 심사위는 “취도탑은 일본에서 군신으로 받들고 있는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의 친필 휘호가 남아 있어 일본에서도 찾기 힘든 러-일 전쟁 전승 기념물”이라며 “잔재를 넘어 중요한 역사자료인 만큼 현장에 기념관 등을 세워 관련 유물과 함께 전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인 농장인 김제 하시모토 농장, 일본식 건물인 경주의 시바타 여관과 야마구찌 병원, 조선은행 군산지점 등이 선정됐다. 문화재가 즐비한 경주 시내를 관통하는 동해남부선 철도도 ‘풍수침략’이라는 이유로 후보에 올랐다. 일제가 남긴 지명으로는 만경강과 영산강이 ‘으뜸 추천’을 받았다. 제안자인 조법종 우석대 교수(사학과)는 “조선시대에 각각 사수강, 사호강으로 불린 두 강을 일제가 자의적으로 만경현과 영산포구에 예속된 이름으로 변경시켰다”고 지적했다. 심사위는 일본 거류민 아이를 모아 가르치는 기관에서 시작된 유치원이라는 용어와 지방 출신 사람들이 서울에서 모임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경이라는 명칭도 일제 잔재 용어로 꼽았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는 정부 부처 이름에 ‘적()’이라는 일본식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후보에 올랐다. 문화 분야와 상품 이름들의 왜색도 지적됐다. 샌드를 일본 발음으로 읽은 산도 과자가 대표적이다. 진로 소주의 라는 상표는 일본 우동집 차림표나 스모경기의 대진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삐침이 큰 글자체를 그대로 모방했다는 점에서 ‘으뜸 추천’을 받았다. 제안자인 김민수씨는 “일본에서는 이런 글씨체를 ‘스모체’로 부른다”며 “진로라는 이름은 워낙 익숙한 만큼 ‘시민참여 로고 공모’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으로 시작되는 대중가요 감격시대는 1939년 발표돼 징용과 징병, 승전에 대한 기쁨을 노래해 보급 권장가요로 선정됐다는 이유로, 백년설의 복지만리는 만주 진출이라는 일본 침략정책을 홍보했다는 이유로 잔재 후보로 추천됐다. 놀이문화에서의 일제 잔재 1순위는 단연 화투다. 심사위는 “일본의 화투는 서양 카드를 일본화한 것이지만 한국의 화투는 일본식 용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일제 잔재까지는 아니지만 왜색문화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 도안이나 형태에서 왜색을 제거하고 한국적인 요소를 창의적으로 접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묵찌빠나 쎄쎄쎄 등 어린이들의 놀이도 일제 잔재 후보로 올랐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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