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6억여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횡령 혐의로 고발당했던 <매일신문> 사장 이창영(50·사진) 신부를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결국 유임시켰다. 이창영 신부는 정기 인사를 앞두고 주변 신부들에게 “관련 보도에 대해 언론사의 사과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신부는 가톨릭신문사 사장이던 2005년 8월부터 2009년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등 회삿돈 6억400만원을 전아무개(49) 전 총무팀장과 함께 빼돌린 사실이 회사 감사에서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으나(<한겨레> 6월5일치 11면) 지난 14일 사제 정기 인사발령을 낸 대구대교구는 이 신부를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 사장에 유임시켰다. 이에 따라 대구대교구가 부정부패 추문을 덮고 당사자를 감싸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인권연대 등은 이 신부와 전 총무팀장 등이 2009년 소년소녀가장 돕기 음악회 기부금 수천만원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엉뚱한 용도로 쓰거나, 인쇄하지도 않은 책을 출판한 것처럼 회사 장부를 조작해 돈을 빼돌린 의혹 등을 폭로했다. 대구대교구는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며 반발했으나, <한겨레>의 추가 취재 결과, 이 신부 쪽이 대구대교구나 기업 등과 짜맞춰 검찰에 관련 증거를 제출한 정황이 드러났고, 빼돌린 돈 일부가 대구대교구 및 전직 교구장에게 흘러갔다는 진술까지 추가로 나왔다.
사태가 교구 전체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조환길 대주교는 이 신부의 해임을 포함한 ‘해결책’을 준비했으나, 교구 내 이 신부를 옹호하는 세력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 신부의 유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부는 직접 기업 관계자들을 접촉해 기부금을 협찬받는 수완을 발휘하는 한편, 지난해 12월 창립한 대구대교구 고위공직자 모임 ‘암브로시오회’(회장 우동기 대구교육감) 지도신부를 맡는 등 탄탄한 인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대교구의 한 신부는 “2009년 초 이창영 신부의 횡령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도 조 대주교는 ‘생각해 보겠다’는 말만 하면서 문제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며 2년이란 시간을 보냈다”며 “애초부터 조 대주교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창영 신부는 정기 인사를 앞둔 7월 말 주변 신부들에게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가 내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기사를 쓴 기자를 징계처분했다고 한다”는 거짓을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 이 메시지에서 이 신부는 “<한겨레> 쪽에 공식적으로 신문 지면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고, <한겨레>와 사과문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는 거짓 내용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신부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매일신문>) 서울지사장의 보고에 근거해 보낸 내용인데, 사실 확인을 해보니 서울지사장이 나를 위로하려는 마음에 허위보고를 한 것이었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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