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주식 판돈으로 밝혀져
SK쪽 “동생이 형에게 빌린 돈,
조성 과정서 위법성은 없다”
‘최태원→최재원→김원홍’ 흐름 파악
선물투자 주인도 최 회장 가능성
SK쪽 “동생이 형에게 빌린 돈,
조성 과정서 위법성은 없다”
‘최태원→최재원→김원홍’ 흐름 파악
선물투자 주인도 최 회장 가능성
에스케이(SK) 총수 일가의 회삿돈 횡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말, 최재원(49) 에스케이 수석부회장에게서 선물 투자 대리인 김원홍(51)씨에게 송금된 680억원의 출처는 최태원(52) 회장의 주식 매각 대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20일 “지난해 12월 최 회장의 계좌에서 최 부회장 계좌로 680억원이 꽂혔고 이 돈이 수표로 인출돼 다시 김씨에게 옮겨갔다”며 “이 돈은 최 회장이 매각한 에스케이씨앤씨(SKC&C) 주식대금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6일 에스케이씨앤씨 주식 125만주(약 16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주식 매각 대금의 일부가 김씨에게 건네져 선물 투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선물 투자의 주체를 사실상 최 회장으로 지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에스케이 쪽도 680억원의 출처가 최 회장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최 부회장에게 빌려준 돈”이라며 선물 투자와 최 회장과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에스케이의 한 임원은 “최 부회장님과 김원홍씨 사이에 정산할 게 있었는데 부회장님이 본인의 구속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형님(최 회장)께 돈을 빌린 것”이라며 “이 돈이 조성되는 과정에 위법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도중에 이뤄진 ‘최태원 → 최재원 → 김원홍’으로 이어지는 거액의 자금 흐름이 확인됨에 따라, 최 부회장은 돈이 지나가는 ‘도관’(파이프)에 불과하고, 최 회장이 선물 투자의 시작점이라는 추정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그동안 에스케이 쪽은 줄곧 선물 투자의 주체는 최 회장이 아닌 최 부회장이라고 주장해왔다. 선물 투자금이 주로 최 부회장의 계좌에서 시작되는 만큼 최 회장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에스케이 재무팀이 작성한 내부 문건도 최 회장이 선물 투자를 주도했음을 뒷받침한다. 문건에는 ‘티’(T·최태원) 소유의 2968억원 중 2529억원이 ‘제이’(J·최재원)의 계좌를 거쳐 ‘더블유’(W·김원홍)의 계좌로 넘어가는 과정이 도표로 그려져 있다. 문건에서는 “제이는 단지 도관의 역할”이라며 최 부회장을 최 회장의 자금 경유지로 명시했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 관계자는 20일 “세무조사 당시 절세를 위해 도관이론을 주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문건에는 최 회장이 최 부회장에게 빌려준 돈으로 명시된 것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2008년 10~11월, 펀드 출자금으로 들어간 에스케이텔레콤 등의 회삿돈 497억원을 전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만 최 회장 형제의 공동범행으로 보고 기소했다. 이 출자금을 돌려막기 위해 에스케이가스 등 또다른 계열사 돈 495억원을 횡령하고, 펀드 자금을 담보로 제공한 뒤 768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최 부회장에게 적용했지만, 사실상 최 회장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실제로 회삿돈을 빼돌리기 이전에는 최 부회장보다 최 회장 명의로 이뤄진 선물 투자 액수가 월등히 많았다. 2005년부터 2008년 5월까지 김씨에게 송금된 투자금은 최 회장이 2237억원인 반면, 최 부회장은 10분의 1 수준인 229억원 정도였다.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 차명대출을 포함한 최 회장의 금융기관 차입금은 모두 3459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차익도 늘어나는 선물옵션 투자의 특성을 노려 최 회장이 그간의 손실을 만회하려 회삿돈에 손을 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태규 황춘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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