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이 웃어야 내 마음도 편해
“잔칫집과 초상집이 함께 있을 수는 없죠.”
오는 5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남성복 크로커다일 패션쇼’를 여는 ㈜던필드 장재승(61) 회장이 지난 3일 북한에 남성복 ‘크로커다일’ 등 시가 4억여원어치의 의류를 보낸 이유다.
이번 크로커다일 패션쇼는 남성복 중심 패션쇼로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패션쇼는 여성복 중심으로만 진행돼 왔다. 하지만 던필드는 주5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여가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제 ‘패션 남성복’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장 회장은 ‘최초의 남성복 패션쇼’를 기획하면서 결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북한 동포들에 대한 안타까움 마음 때문이다. 평안북도 박천 출신으로 아직까지 고향에 친척들이 많이 남아 있는 탓이었을까. 지난 6월 평양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5돌 민족 공동행사 때 전해진 ‘북한의 기초 생필품 부족’ 소식도 귓전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장 회장은 이에 따라 남쪽 패션쇼에 맞춰 남성복 ‘크로커다일’과 여성복 ‘프레드릭 가스떼’를 북한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기증 의류는 3일 대북지원과 문화협력 사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변형윤)을 통해 인천~남포 항로로 북쪽 민족화해협의회에 전달됐다.
장 회장은 “이제 조금은 마음이 편해져 패션 잔치를 흥겹게 벌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 회장의 ‘잔칫집 구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 회장은 지금은 북한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남북이 함께 잔칫집이 될 것으로 믿는다. 장 회장은 “북한이 잘 살아야 남한도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라며 “앞으로 개성공단 등지에 북한과 의류 합영공장을 건립해 북한이 잔칫집이 되는 데 기여할 생각”이라며, 활짝 웃는다.
글 사진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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