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 배달원’ 출신 첫 조리명장 탄생

서정희(45)씨

서정희 영산대 교수, 고졸 뒤 중국집 ‘알바’ 26년만에 선정

“요리 외길 인생이 좋은 결과를 맺어 보람을 느낍니다.”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의 조리명장’에 선정된 서정희(45·사진)씨는 “명장이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꾸준히 요리실력 향상과 후배 양성에 힘쓸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리명장은 국내에서 서 교수를 포함해 8명뿐이다. 영산대에서는 조리명장 4호인 강현우 명장(한국식품조리학)에 이어 서 교수가 두번째로 명장에 선정됐다.

서 교수는 1986년 고교를 졸업한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중국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3년 동안 철가방을 들고 배달하면서 조리 기술을 배웠다. 힘들 때마다 ‘꿈꾸는 만큼 노력해야 성공한다’는 좌우명을 읊조리며 밤낮으로 중식요리 개발에 매달렸다고 한다.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91년 중국요리점을 창업했고, 2005년 마침내 조리 기능장이 됐다.

그는 중국 요리책 3권을 펴냈고 ‘팔보오리탕’과 ‘새우녹즙면말이칠리’, ‘참마튀김’ 등 3가지 중국요리에 대한 특허도 취득했다. 지난해 6월에는 중식 요리사로는 처음으로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그는 바쁜 가운데도 중국요리 발전과 표준화된 조리법 전수를 위해 중식요리발전연구회를 창립했다. 한국조리사회 부산시지회장을 맡아 예비 조리인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중식봉사협회를 창립해 끼니를 거르는 어린이 등에게 14년째 음식을 제공하고, 군장병과 노인들한테 짜장면을 나눠주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뒤늦게나마 2006년 영산대 조리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사학위를 받자 곧바로 관광대학원 조리예술 석사과정에 진학해 올 2월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모교의 동양조리학과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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