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과 여성가족부, 여성단체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친고죄를 폐지하겠다고 나서, 해묵은 과제가 이번엔 해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등 여론에 편승한 부수적인 제재에 앞서, 이러한 형법상 문제점을 개선해 피해자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6일 친고죄가 포함된 형법 제306조를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도 26일 친고죄 폐지 추진을 선언한 데 이어, 조만간 이를 포함한 포괄적인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고죄는 범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가리킨다. 형법상 강간죄가 대표적이다. 친족 성폭력, 13살 미만 여자 어린이와 장애인 대상의 주요 성폭력 범죄는 비친고죄다. 성인 대상의 성범죄가 문제의 핵심이다.
법조계 등 일부에서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친고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론 오히려 가해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크다.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 서영학 과장은 “친고죄를 악용해 고소를 못 하도록 협박하고 합의를 종용하는 등 2차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1년 안에 고소를 해야 해 시간제약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성범죄 신고율이 10% 선에 머무는 데에도 친고죄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폭력은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 기소율도 43.2%(2011년 대검찰청 자료)로 낮은 편이다. 실형 선고율은 더 심각하다. 2006년 35.6%였던 1심 실형 선고율은 2010년 34.9%로 더 떨어졌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강간죄에 대해 징역형이 확정된 비율은 57.4%인데, 이 중 63.8%가 법정 하한선인 5년 미만의 형을 받았다. 강제추행은 징역형 비율이 30.5%에 머물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친고죄 폐지와 더불어 ‘동의 없는 성적 행동’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고 유무죄 판단에서 피해자의 반항 정도를 중요한 요소로 삼는 ‘최협의(가장 좁은 의미) 폭행·협박설’을 폐기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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