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커뮤니티 8월 한달 30여건
학점취득 쉽거나 졸업필수 과목 등
한 과목당 3만∼10만원 사이 판매
학점취득 쉽거나 졸업필수 과목 등
한 과목당 3만∼10만원 사이 판매
“지금 당장 파시면 7만원, 수강신청 기간 끝날 때까지 못 구하면 9월 초에는 10만원에 사겠습니다.”
지난 7월 말, 성균관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교양과목 ‘과학사’ 강의를 구입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학생이 댓글에 “원래 이런 일들이 있었나요?”라고 묻자 “물밑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걸로 안다”는 답이 달렸다. 연세대 재학생 커뮤니티에도 8월 한달간 “강의를 사겠다”는 글이 30여건 올라왔다. 같은 기간 서울대, 고려대 등 서울시내 주요 대학에서도 10여건 안팎의 ‘강의구매’ 글이 게재됐다.
개강 직전이 되면 거의 모든 4년제 대학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학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꼭 수강해야 할 강의를 학생들끼리 사고파는 것이다. 인기 과목에 학생들이 몰리는 경향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 매매 시장’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강의매매 시장의 주요 거래 대상은 학점을 따기 쉽다고 알려진 과목, 출석이 자유로운 온라인 수업, 졸업을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 등이다. 대개 한 과목당 3만~10만원 사이에서 판매금액이 형성된다. 수강 신청과 신청 취소는 대학 인터넷을 통해서만 이뤄지므로, 사전에 약속한 판매자와 구입자가 인터넷에 동시 접속해, 판매자가 신청과목을 취소하는 즉시 구입자가 빈 자리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고려대 학내 게시판에 강의를 사고싶다는 글을 올린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느라 전공 필수 과목을 못 들었는데, 행시를 포기한 뒤 갑자기 취업이 되는 바람에 급하게 강의를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양과목을 팔겠다는 글을 올린 서울대생 ㄴ씨는 “인기 과목이라 신청했다가 전공에 매진하기로 마음을 바꿨는데, 이왕 취소한 거 돈을 벌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는 대학생들의 시선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양식없는 몇몇 학생들의 돌출행동이라는 것이다. 대학생 고아무개씨는 “각종 공연 티켓을 먼저 사들인 사람이 인터넷에서 암표를 파는 일이 많은데, 강의 매매도 그런 세태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차아무개씨는 “강의 매매는 다른 사람이 강의를 들을 기회를 뺐는 것과 같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높다”고 말했다. 이경미 최유빈 기자 km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조정래 “박근혜, 겉은 육영수 속은 박정희” 대통령 되면 ‘곤란’
■ 최악 치닫던 한-일, 진정 단계로 전환?
■ 대학가 암시장, ‘강의 사고 팝니다’
■ 은행에서 10%대 급전 빌리세요
■ 오바마 맥주 “비법은 벌꿀”
■ “나주 성폭행 범인 고씨, 피해자 고통에 공감 못해”
■ [화보] 우산의 수난시대
■ 조정래 “박근혜, 겉은 육영수 속은 박정희” 대통령 되면 ‘곤란’
■ 최악 치닫던 한-일, 진정 단계로 전환?
■ 대학가 암시장, ‘강의 사고 팝니다’
■ 은행에서 10%대 급전 빌리세요
■ 오바마 맥주 “비법은 벌꿀”
■ “나주 성폭행 범인 고씨, 피해자 고통에 공감 못해”
■ [화보] 우산의 수난시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