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탈북자 출신 여성이 5살 아들과 함께 지난 9월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에어쇼에 참관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공군본부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참석자 신원조회 뒤 이 여성을 부적격자로 통보했다”고 밝혔고, 청와대 경호실은 “이 여성을 부적격자로 통보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지난 2003년 탈북해 10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동명숙(36·동국대 북한학과 3학년)씨는 지난 8월31일 밤 10시 공군본부의 한 부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9월1일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블랙이글 에어쇼에 참관할 수 없다는 통보였다. 동씨는 2주 전 5살 난 아들과 함께 에어쇼 참관을 신청했고, 다음 날 에어쇼 구경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려는 때였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이 부사관에게 물어보니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여서 청와대 경호실에서 신원조회를 했는데, 동명숙씨가 부적격자로 나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부적격자로 나왔느냐고 물었지만, 이 부사관은 “청와대에서 판단한 일이고, 그 사유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시민들도 7500명 이상 참석해 에어쇼를 구경했다.
공군으로부터 충분한 해명을 듣지 못한 동씨는 3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자신과 아들이 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개방된 에어쇼에 참석할 수 없는지를 묻는 진정을 냈다. 동씨는 “제가 북한 출신이어서 공군기지의 기밀을 북한으로 유출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에어쇼를 참관하는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청와대 경호실의 해명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동씨는 또 “저와 제 아들이 에어쇼 관람을 거부당한 것이 청와대 경호실에서 신원조회를 하는 분의 탈북민에 대한 개인적 거부 의견인지, 아니면 대통령 행사에 탈북민은 참가할 수 없다는 청와대 경호실 차원의 내부 지침이 있는 것인지, 또 청와대 경호실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의 신원을 별도로 관리하는지도 궁금하다”고 밝혔다.
동씨는 “두 주 전부터 비행기쇼를 보러 간다고 좋아했던 아들에게 에어쇼를 보여주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줘야 할 필요를 느낀다”며 “탈북민 어머니 때문에 내 아들이 공군기지 입장을 거부당했다면 아들에게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행사를 담당한 공군본부의 해당 부사관은 “청와대로부터 부적격자 명단만 통보받았고, 부적격 사유는 통보받지 못했다”며 “다른 부적격자가 더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부적격을 통보한 사람은 동씨 한명이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경호실의 한 관계자는 “에어쇼 행사 참석 부적격자의 명단을 공군본부에 통보한 일이 없다”며 “탈북자도 대통령 참석 행사에 참여해왔다”고 동씨를 부적격자로 통보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난 그 범죄자가 아닌데…” 동명이인들 고통 호소
■ 아동성폭행 사건에 ‘취향이다, 재밌겠다’ 악플러들…
■ 박지원 쫓던 검찰 양경숙계좌만 쳐다보고있다?
■ 목사가 절에서 행패…서적 찢고 소변까지
■ 끔찍한 현실처럼…영화도 공포 휩쓸다
■ 9개월새 학생 9명 자살 ‘대구의 비극’
■ 장애인올림픽 ‘의족 길이’ 논란
■ “난 그 범죄자가 아닌데…” 동명이인들 고통 호소
■ 아동성폭행 사건에 ‘취향이다, 재밌겠다’ 악플러들…
■ 박지원 쫓던 검찰 양경숙계좌만 쳐다보고있다?
■ 목사가 절에서 행패…서적 찢고 소변까지
■ 끔찍한 현실처럼…영화도 공포 휩쓸다
■ 9개월새 학생 9명 자살 ‘대구의 비극’
■ 장애인올림픽 ‘의족 길이’ 논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