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 “지난해 한상률과 대질때 검사는 답하는 걸 적기만 해…
내가 이상득 만나러 간 날짜 나는 모르는데 한씨 알아
어떻게 아냐 묻자 검사 당황” ‘사전 입맞추기’ 의혹 제기
내가 이상득 만나러 간 날짜 나는 모르는데 한씨 알아
어떻게 아냐 묻자 검사 당황” ‘사전 입맞추기’ 의혹 제기
* 안원구: 전 서울국세청 국장, 한상률 : 전 국세청장
‘연임 로비 의혹’ 등 한상률(58) 전 국세청장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다 밀려난 안원구(52)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한겨레> 3일치 1·8·9면)이 지난해 3월 한 전 청장을 수사한 검찰을 향해 “은폐전문가들 같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수사발표 당시 “수사의 기본적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공개 비판한 데 이어 이번엔 검찰과 한 전 청장의 ‘짜맞추기 의혹’을 제기했다.
안 전 국장은 3일 <한겨레>와 만나 “피의자와 참고인의 말이 서로 다를 경우 맞대면시켜 사실을 밝히는 게 대질신문인데, 한 청장과 나의 대질신문에서는 검사가 두 사람에게 물은 뒤 답하는 걸 적기만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사실관계를 밝혀내는 노력 없이 ‘요식적’으로 대질신문을 벌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3월21일 안 전 국장과 한 전 청장을 서울중앙지검 영상녹화실로 불러 대질신문을 벌인 바 있다. 뇌물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피의자 한 전 청장과 그 유죄를 주장하는 참고인 안 전 국장이 처음으로 맞대면한 자리였다. 당시 검찰이 사전에 한 전 청장에게 사건 관련 정보를 알려주고 입을 맞춘 것 같았다고 안 전 국장은 주장했다. “한 전 청장의 연임을 부탁하기 위해 내가 이상득 의원을 만나러 간 날짜를 나는 (2008년) 1월 중순께로만 알고 있었는데, 한 청장은 1월22일이라고 딱 짚어 말했다”며 “‘어떻게 날짜를 정확하게 아느냐’고 묻자 오히려 검사가 당황스러워했고, 한 청장은 ‘지난 신문에서 다 나온 것’이라고 얼버무렸다”고 말했다.
안 전 국장은 한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 전반의 문제도 지적했다. ‘경주 골프 로비’, ‘학동마을 그림 로비’ 의혹 등이 불거지자 2009년 1월 사퇴한 한 전 청장은 두달 뒤인 3월15일 유학을 간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검찰은 권력형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한 전 청장에 대해 출국금지조차 하지 않았다.
안 전 국장은 “‘한상률 게이트’ 수사는 고발된 내용에 정황적 증거가 분명하고 관련 증인의 증언이 명확히 있었음에도 이상득 의원에게 10억원을 건넸다는 의혹 등에 대해선 ‘확실한 물증이 없다’며 기소하지 않는 등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였다”며 “무죄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사였기에 애초부터 검찰은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뒤늦게 귀국한 한 전 청장에 대해 검찰은 입국 2주가 지나도록 계좌추적조차 하지 않았고,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나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는 관련자들의 해명성 진술만 듣고 수사를 마쳤다.
결국 검찰은 지난해 4월15일 인사청탁 명목으로 1200만원짜리 그림을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하고(뇌물공여), 퇴임 뒤 국세청 간부를 통해 주정업체 3곳에서 6900만원 자문료를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 등)로 한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개인 비리 혐의를 넘어서는 의혹은 전혀 규명하지 못한 셈인데, 이마저도 법원에서 1·2심 모두 무죄판결이 났다. 안 전 국장은 “이제라도 검찰이 한 전 청장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내 제대로 기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대질신문 전에 한 전 청장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준 적은 없다”며 “안 전 국장의 진술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근거로 확인 가능한 부분들은 이미 최대한 조사했다”고 밝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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