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운동 시민단체 반발
“사실상 폐지국인데 안타깝다”
“사실상 폐지국인데 안타깝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4일 사형제 존속과 사형 집행 찬성 의견을 밝힌 데 대해 그동안 사형제 폐지에 앞장섰던 시민단체와 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010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 2년 만에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달아오를 전망이다.
비판은 박근혜 후보의 ‘반인권’ 인식에 집중됐다. 박진옥 국제엠테스티 한국지부 캠페인사업국장은 “흉악범이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인권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 “모든 사람의 생명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비인도적 형벌인 사형은 집행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의 사형제 폐지국으로 아시아에선 사형제 폐지를 주도하고 있는데, 유력 대선 후보가 사형 집행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허일태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회장(동아대 교수)은 박 후보에게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허 회장은 “국가는 개인과 같은 감정적 존재가 아닌데, ‘살인하지 말라’고 법을 만든 국가가 정작 살인을 하면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허 회장은 “모름지기 정책을 다루는 정치인이라면 구시대의 복수·보복 수준의 개인적 감정으로 판단하지 말고 이성적·윤리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형제가 강력범죄 예방에 별다른 효용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이코패스 범죄자 등은 사형을 당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형제가 강력범죄를 예방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 있으므로 생명권의 소중함을 전제로 형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범죄로 인한 사회적 공포분위기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사형제가 강력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마당에 마치 사형제가 강력범죄의 해결책인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선거 등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사형제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형제는 페지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 15년 동안 정부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동시에 강력범죄를 막는 노력을 차근차근 벌이고 있었는데, 박 후보의 이번 발언은 이런 현실에 대한 연구나 고민이 없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박진옥 국제엠네스티 국장은 지난해 77명이 숨진 ‘노르웨이 테러’ 때 “이와 같은 폭력에 더 큰 관용과 민주주의로 답해야겠다”고 말한 노르웨이 총리의 사례를 박 후보의 이번 발언과 비교했다. 박 국장은 “국가 지도자들의 국정 철학이 그 나라의 수준·품격을 대표하며 이를 유지·발전시킨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김태규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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