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 관련자들의 진술로 드러난 쟁점.
새로 드러나는 도청테이프 파문의 쟁점은…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 도청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관련자들의 진술의 모순점과 상이점이 드러나고 있다. 상부 보고 없었다?= 법 도청 테이프의 존재를 알게 된 ‘국민의 정부’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상부 보고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9년 삼성 쪽의 신고를 받고 도청 테이프 회수에 나섰던 이건모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은 “천용택 국정원장에게 구체적인 내용은 보고하지 않고 태워버렸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도 박인회씨한테서 도청자료를 건네받아 국정원에게 신고했다며, “최근 엑스파일 보도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제가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참 현명하게 처리했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99년 12월 천 원장의 “홍석현씨가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에 당시 국민회의 대선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발언은 최근 공개된 도청 내용과 일치한다. 공운영씨와 삼성과의 관계=박인회씨의 변호인인 강신옥 변호사는 “공운영씨가 삼성 쪽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박씨가 2002년 4월 국내로 들어와 이 부회장과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부회장과는 연결이 안 되고 공씨가 박씨에게 질책하는 전화를 해왔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공씨가 비행기표 값으로 수백만원을 건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씨는 지난 달 26일 자해 직전에 배포한 자술서에서 “국정원 후배로부터 ‘박씨가 또 삼성을 협박하고 있으니 해결하라’는 얘기를 듣고 박씨를 만났으며, 내 돈으로 비행기 값 등을 줬다”고 주장했다. 박지원씨 청탁 여부=박인회씨는 검찰에서 “1999년 9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찾아가 도청 자료를 주며 지인인 ‘이아무개씨의 사업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박 전 장관이 그 자리에서 이득렬 한국관광공사 사장에게 청탁전화를 걸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으며, 박씨가 안기부 해직자인 임아무개씨를 민정수석실에 취직시켜달라고 부탁했으나 ‘임씨의 이력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며 거절했다”며 도청자료를 받은 대가로 청탁을 들어줬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5m국정원의 도청 테이프 보관=이건모 국정원 감찰실장은 지난 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운영씨한테서 압수한 도청테이프의 전체 내용을 정리·분석한 뒤 캐비닛에 보관해 엄격하게 통제한 뒤 모두 소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테이프 소각 여부와 관계없이 테이프와 녹취록의 주요내용을 파악한 자료를 국정원이 가지고 있다”는,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증언과 다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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