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20대 청년, 한강에 떨어진 사람 발견해
축구공 옷속에 넣고 헤엄쳐 구조해
축구공 옷속에 넣고 헤엄쳐 구조해
‘어? 왜 저기 사람이 있지?’
9일 오전 8시15분.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북단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다 잠시 쉬던 안주현(29)씨의 눈에 저멀리 한강대교 난간에 서 있는 남자의 형체가 보였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그 형체가 다리에서 떨어져 물 속으로 사라졌다.
“사람이 떨어졌다!” 안씨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남자가 물속으로 사라진 지점을 향해 반사적으로 달렸다. 안씨가 숨을 헐떡이며 강변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남자는 물에 떠내려가며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서길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안씨는 급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한 회원이 들고 온 축구공이 보였다. 반사적으로 공을 낚아채 웃옷 속에 집어 넣었다. 물 속으로 몸을 날렸다.
안씨가 50m를 헤엄쳐 갔을 때 이미 남자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안씨는 이 남자의 몸을 뒤집어 얼굴이 하늘을 향하도록 눕혔다. 멀리서 구조보트의 모터 소리가 들렸다.
“무서웠죠. 저도 평범한 사람인데요. 그런데 상황이 급박해 이것저것 따질 틈이 없었어요.”
안씨는 10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두려움을 넘어서게 한 것은 “아버지”라고 말했다. “지난 2월에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저희 가족이 준비가 안 된 상태라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더라고요. 또 다른 가족들이 똑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안씨가 대학교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하고 학군단(ROTC) 장교로 복무해 체력적으로 자신감이 있었던 것도 한 이유였다. 현재 안씨는 씨제이(CJ)제일제당에서 의약품 판매 영업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이날 안씨가 구조한 김아무개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서울 ㅅ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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