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고 싶은 사람들’ 출범
회원 32명 집단조정 신청키로
민간채무기구 입법도 요구키로
회원 32명 집단조정 신청키로
민간채무기구 입법도 요구키로
ㅊ씨는 주중에는 택배업을 하고 주말에는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달에 100만원이 넘는 이자를 갚고 있다. 사업이 잘되던 때 ‘대출 한도를 늘려준다’는 카드사의 말에 덥석 받아썼던 대출금이 사업 실패 뒤 빚으로 남았다. ㅊ씨의 사정을 알게 된 카드사는 상환 기간을 크게 줄여버렸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ㅊ씨는 상환 기간과 월 상환액 조정을 요청했으나 카드사는 단칼에 거부했다.
ㅇ씨는 지난해 딸의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신용협동조합(신협)에서 350만원을 대출받았다. 매달 30만원씩 1년간 갚는 조건이었다. 올해 다시 신협을 찾았더니, 이번에는 450만원을 올 12월까지 갚는 조건으로 350만원을 대출해줬다. 3년 전 파산한 탓에 다른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가 없어 말도 안 되는 조건인 줄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공근로 등을 통해 한달에 75만원을 받아 빚을 갚고 월세 12만원을 내고 나면 겨우 23만원이 남는다.
대출을 받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죄인’ 취급을 받아온 채무자들이 시민단체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채무자단체 ‘빚을 갚고 싶은 사람들’(cafe.daum.net/edufp)이 13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공동대표를 맡은 한지혜 청년유니온 대표는 “여섯 차례 학자금 대출을 받아 원리금 합계 26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며 “소득이 없는 학생 신분으로 대출을 떠안고 있다가 취업을 못해 자살하는 이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빚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9월 중에 채무자 회원을 모집해 이들의 수입·지출·채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월 상환 가능 금액을 개별적으로 도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에 집단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채무자의 여건에 맞춰 상환 기간이나 상환 금액을 다시 조정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르면 오는 12월 집단으로 법원에 파산을 신청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인 희망살림의 허웅 사무국장은 “자격 상실, 취업 제한 등 파산으로 인한 불이익이 150가지가 넘는데도 파산을 통해 비인간적인 빚독촉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이들한테 절실하다”며 “파산을 통해 청산되는 빚은 고스란히 금융사의 손해가 되는데, 채무자들이 집단으로 파산을 신청하면 그만큼 손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32명의 채무자가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50여명이 이들의 채무조정 과정을 돕는다. 채무조정단에서 활동하게 될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과자에서 뭐라도 하나 나오면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소비자들이 금융사 앞에서만큼은 인권을 반납하고 약자가 되는 현실에서 채무자들의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특히 현재 채무자의 신용 회복을 돕고 있는 신용회복위원회가 금융사들의 이해관계만 반영한다며 민간 채무조정기구 설립을 위한 입법 활동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헌욱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국가가 채무자를 채무노예로 만드는 현재의 시스템을 사실상 방조해왔다”며 “미국이나 독일처럼 채무자 처지에서 채무를 조정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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