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법도청으로 중심 이동
공소시효 지나 강제수사 불가능
공운영씨등 관련자들 자백만 기대
공소시효 지나 강제수사 불가능
공운영씨등 관련자들 자백만 기대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관련자들 진술의 모순점과 상이점이 드러나고 있다.
상부 보고 없었다?=불법도청 테이프의 존재를 알게 된 ‘국민의 정부’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구체적인 보고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청 테이프 내용의 보고 여부에 대해 1999년 9월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천용택씨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에 없다”며 “당시 엄익준 차장, 이건모 감찰실장 등이 처리한 일을 보고만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도 박인회씨한테서 도청자료를 건네받아 국정원에 신고했다며, “최근 엑스파일 보도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제가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참 현명하게 처리했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쪽이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 쪽에 사과까지 했다는 사실은 이런 주장이 모두 거짓임을 드러내고 있다.
공운영씨와 삼성의 관계=박인회씨의 변호인인 강신옥 변호사는 “공운영씨가 삼성 쪽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강 변호사는 “박씨가 2002년 4월 국내로 다시 들어와 이학수 부회장과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부회장과는 연결이 안 되고 공씨가 박씨에게 질책하는 전화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삼성 쪽에서 공씨에게 박씨의 ‘처리’를 직접 부탁했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씨는 지난달 26일 자해 직전에 배포한 자술서에서 “국정원 후배로부터 ‘박씨가 또 삼성을 협박하고 있으니 해결하라’는 얘기를 듣고 박씨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박지원씨 청탁 여부=박인회씨는 검찰에서 “1999년 9월 박지원 장관을 찾아가 도청 자료를 주며 지인인 ‘이아무개씨의 사업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박 장관이 그 자리에서 이득렬 한국관광공사 사장에게 청탁전화를 걸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그런 사실이 없으며, ‘안기부 해직자인 임아무개씨를 민정수석실에 취직시켜달라’는 박씨의 부탁도 거절했다”며 도청자료를 받은 대가로 청탁을 들어줬다는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국정원의 도청 테이프 보관=이건모 전 국정원 감찰실장은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운영씨한테서 받은 도청 테이프의 전체 내용을 정리·분석해 캐비닛에 보관해 엄격하게 통제한 뒤 모두 태웠다”고 말했다. 이는 “테이프 소각 여부와 관계없이 테이프와 녹취록의 주요내용을 파악한 자료를 국정원이 가지고 있다”는,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증언과 다르다. 국정원이 테이프는 태워버렸어도 녹취록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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