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된 비서실장 USB서 드러나
2가지 유형·유의할 점 문답 작성
검찰진술때 실행…진실은폐 의혹
2가지 유형·유의할 점 문답 작성
검찰진술때 실행…진실은폐 의혹
신상훈(64) 전 신한지주 사장의 배임·횡령 혐의를 둘러싸고 법정에서 1년9개월 동안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라응찬(74) 신한지주 전 회장 주변 뭉칫돈의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나오고 있다. 2008년 2월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백순(60) 전 신한은행장이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 쪽에 당선 축하금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에 이어, 라 전 회장이 박연차(67)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의 출처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이 잇따라 발견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신상훈 전 사장이 신한지주에 의해 고소된 지 두 달 만인 2010년 11월2일,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의 집무실 등 여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2007년 4월부터 라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겸하고 있던 박아무개 당시 신한지주 업무지원팀장의 책상에서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압수했다.
16일 검찰과 법원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이 유에스비에 담겨 있던 ‘라응찬 50억 소명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이 문건은 앞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06년 12월 수사한 박연차 로비 사건과 관련돼 있다. 당시 검찰은 라 전 회장이 재일동포 주주 명의로 관리하던 돈 50억원을 박 회장에게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라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골프장 투자용으로 박 회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진술했고, 그 출처에 대해서는 “이희건 명예회장한테서 은행장 취임(1991년 2월) 축하금으로 받은 30억원을 불린 돈”이라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수부는 범죄 혐의가 없다며 내사종결 처분했다.
그러나 검찰이 신상훈 전 사장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박 팀장의 유에스비에서는 이 50억원의 출처에 대한 2가지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문답식으로 작성된 시나리오에서는 “명예회장으로부터 은행장 취임 축하금으로 받았”으며, 재일동포 주주 명의로 이를 관리한 이유에 대해 “실명제 시행(1993년 8월) 이후에는 명예회장에게 받은 자금임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실명 전환을) 못했다”고 돼 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은 ‘수정안’에서는 “이희건 명예회장을 비롯한 대다수의 재일동포 주주들이 갹출(추렴)하여 모은 축하금”이라며 돈의 출처를 ‘이 명예회장과 재일동포 주주들’로 확장했다. 이어 문건에서는 “재일동포들과의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어 (실무자들이) 예금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해, (재일동포들을 위해 쓰기로 했던) 재일동포 명의의 예금을 일부씩 되돌려받기 시작했다”고 돼 있다. 이런 시나리오 밑에 문건 작성자는 유의할 점을 각주로 달았다. “회장님께서 직접 관리하셨다고 하면 사회적 객관성도 떨어지고 직접적 위험에 노출됨”, “김○○(재일동포 주주)에게 돈을 받아 신○○(실무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하면 회장님께서 차명관리를 인지한 시기가 국세청(검찰) 조사 과정이라는 것과 맞지 않음”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대검 중수부 수사 당시, 치밀한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50억원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 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지난 12일 공판에서 “명예회장 1명에게서 받은 돈인데 한꺼번에 많은 금액이 이체가 되면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각색해서 만든 문건”이라고 해명했다.
김태규 박태우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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