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금속노조원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가장 많이 다친 부대였기 때문에 미워했고 증오했다
제대 뒤, 진실을 통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
제대 뒤, 진실을 통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
2009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농성 진압에 동원됐던 전투경찰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했다.
지난 20일 숭실대학교에서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지영 작가의 책 <의자놀이>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북콘서트에 참석한 문기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은 행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관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한 젊은 청년이 노트를 찢어 만든 쪽지 한 장을 문 지회장 손에 말없이 쥐어준 뒤 자리를 떠났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편지에서 이 청년은 “저는 당신들과 맨 앞에서 대치한 전경이었습니다”고 밝히며 “그 시위에서 가장 많이 다친 부대였기 때문에 당신들을 미워했고 증오했습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그는 “제대를 하고 얕은 공부와 당신들의 진실을 통해서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며 “오늘은 굉장히 특별한 날입니다. 오늘 한 청년의 인생을 바꾼 사건을 소재로 한 콘서트에서 당신을 만난 날입니다”라고 썼다.
또 “제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자리에 있다면 반드시 당신들을 돕겠습니다. 힘내십시오. 그리고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는 글로 편지를 마무리 했다.
문 지회장은 황급히 쪽지를 전해준 청년을 찾았지만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문 지회장은 21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편지를 받고 가슴이 많이 아렸다”며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그는 “국가와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이런 것들이 그 어린 친구들과 우리를 원수처럼 바라보게 만들었다”며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고 말했다. 또 “편지를 미리 봤다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위로해볼 수 있었을텐데 경황이 없어 뒷모습밖에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다시 만나면 나도 사과를 하고 싶고 한번 꼭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환봉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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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쌍용차 노동자 농성 진압에 참가했다는 전경이 남긴 편지. 문 지회장은 이 편지가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 북콘서트에서 제 발언과 공 작가 발언 등을 듣고 공연장 안에서 저에게 주기 위해 작성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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