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만 전 의문사위 조사관(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장준하 의문사 조사를 위해 그의 주검이 발견된 경기도 포천 약사봉 현장을 20여차례 방문했고 당시 동행자와 검찰, 경찰관, 중앙정보부 관련자 등 140여명의 참고인을 만났다. ‘목격자’를 자처하는 김용환씨도 15번 만났다. 이를 토대로 2003년 70여쪽의 비공개 보고서를 만들었다. 지난 16일 낮 경기도 고양시 고양어울림누리 노천카페에서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준하 선생의 생전 모습. 고양/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커버스토리]
죽은 장준하, 동행자 김용환, 조사관 고상만
의문사위 최종보고서로 밝히는 의문과 진실
죽은 장준하, 동행자 김용환, 조사관 고상만
의문사위 최종보고서로 밝히는 의문과 진실
“사건 당일 장준하 선생은 약사봉에서 실족 추락사하지 않았다. 실족은 고사하고 약사봉 등산조차 하지 않았다.” 2003년 제2기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에서 1년 동안 장준하 선생 의문사 조사를 도맡았던 고상만(42) 당시 조사관이 내린 결론이다.
고 전 조사관은 21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2기 의문사위에서 다각도로 조사한 결과, 목격자를 자처한 김용환씨는 당일 추락사고를 목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따라서 2기 의문사위는 김씨를 ‘목격자’가 아닌 ‘동행자’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고씨의 주장은 1975년 8월 장 선생의 죽음 직후 유신정권의 수사기관이 김씨의 진술에 의존해 ‘실족 추락사’로 결론 내린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장 선생 사건의 재조사가 이뤄질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고 전 조사관은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을 배당받아 조사관 2명과 함께 전담팀을 꾸려 2003년 7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년 동안 팀장으로 조사활동을 주도했다.
고씨는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10쪽짜리 결정문과 별도로 국가기록원에 제출한 70쪽짜리 활동보고서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그가 “구속을 각오하고 조사 내용을 공개”한 것은 “장 선생 사건의 조사를 맡았던 것처럼 내용을 밝히는 것도 운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준하 선생의 함몰된 유골을 보고 엄숙한 전율을 느꼈다.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공개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아내와 상의를 하니 ‘양심에 따르라’고 말했다.”
고씨는 장 선생의 주검이 발견된 경기도 포천시 약사봉 현장을 20여차례 방문했고, 당시 동행자와 검찰, 경찰관, 중앙정보부 관련자 등 140여명의 참고인을 만났다. ‘목격자’ 김용환씨를 15번 만났고, 실지조사를 통해 1988년 포천경찰서의 조사기록을 입수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장 선생이 추락했다고 알려진 장소에서 추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도 얻었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조사를 마친 결과 고씨는 ‘실족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누가, 어떤 경로로, 왜 죽였는지 확인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당시 의문사위가 ‘진상규명 불능’으로 판단한 것은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령부 등 정보기관에 대한 차기 조사를 위해 남겨둔 조처였다”며 “따라서 ‘과거 정부에서 여러 차례 진상조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규명됐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주장은 틀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작성한 70쪽짜리 보고서는 정부가 비공개를 결정해 국정감사 기간 동안 국회의원(보좌관)에게만 열람이 허용된다. 고씨는 유족 장호권씨, 목격자 김용환씨와 함께 다음달 8일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선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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