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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초등교 흉기난동’ 뒤엔 실직 아버지의 가정폭력 있었다

등록 2012-10-02 20:23수정 2012-10-02 22:25

가해자 심각한 우울증 시달려
지난해에만 3차례 자살시도도
쌓였던 사회불만 일순간 터져
“사회복지망 확보 등 고민해야”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의 유명 사립초등학교에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김아무개(18)군은 가정폭력으로 심각한 우울증을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군은 지난해에만 세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환경에서 쌓인 김군의 분노가 치유되지 못하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로 폭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일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김군의 아버지는 2년 전 건설회사 퇴직 후 집에서 지내면서 술을 자주 마시기 시작했고, 공장에 일을 나갔다 귀가하는 어머니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며 자주 행패를 부렸다. 평소 외향적인 성격이던 김군은 이때부터 내성적이고 우울해지기 시작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탈의 길로 빠지는 경우도 흔하지만 김군은 착실한 학생이었다. 중학교 때 성적은 반에서 5~6등 정도였고, 고등학교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따돌림도 없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대체로 좋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상처가 곪아가고 있었다. 아버지 퇴직 후 가세가 기울어 빚이 6000만원까지 쌓인데다 아버지의 폭력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김군은 경찰에서 “내가 힘이 없으니까 (아버지의 폭력에) 손을 쓸 수 없어 헤드폰을 끼고 방구석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우울증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힘들게 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해 3월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했다가 인천의 한 종합병원 정신과에서 2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에도 꾸준히 통원치료와 약물치료를 해왔지만, 8월에는 다시 우울증 약을 과다복용해 자살을 기도했다. 2학기에는 학교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려다 교사에게 제지당한 뒤 결국 자퇴했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이 자녀의 우울증이나 비행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장덕희 위덕대 교수(사회복지학)가 2010년 한국청소년학회에 발표한 논문 ‘부부 폭력 목격 경험에 따른 폭력가정 자녀의 적응 유연성’을 보면, 부부 폭력을 목격한 자녀가 그렇지 않은 가정의 자녀보다 우울·불안, 공격성, 사회적 미성숙 측면에서 더 높은 수치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전영실 형사정책연구원 예방처우연구센터장이 2009년 발표한 논문 ‘저연령 소년의 비행실태 및 대책’에서도 부부간 폭력 정도가 높은 경우 비행을 저지르는 비율이 33.8%로, 부부 폭력 정도가 낮은 가정의 15.1%에 비해 두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전영실 센터장은 “음주, 폭력 등 부모의 일탈성이 자녀의 비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부모의 학대로 인해 분노가 쌓인 자녀의 보복심리는 다른 사람에 대한 범죄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최근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일련의 범죄는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병들어 있다는 메시지로, 일부 사람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이들의 성장 과정을 집중 조사해 사회복지를 비롯한 안전망을 확보하는 등 근본 처방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군을 면담한 프로파일러 최대호 경위는 “학교생활에서 겪은 성적에 대한 압박·좌절감이 범행 장소로 학교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며 “목표했던 행복을 가정불화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루지 못하자 분노와 우울감이 생겼고 환경·기질적 요인 등이 복합 작용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군에 대한 심리분석을 벌여 정신이상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살인예비 혐의로 지난달 30일 김군을 구속했다.

이경미 김지훈 조애진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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