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경찰청장. 사진 신소영 기자
직무집행법 개정안 입법예고
거주지·가족·직장·교우관계 등
경찰서장 재량으로 수집·보관
“자의적 판단·인권침해 소지”
거주지·가족·직장·교우관계 등
경찰서장 재량으로 수집·보관
“자의적 판단·인권침해 소지”
경찰이 최근 잇단 강력 사건을 빌미로 전과자의 일상생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찰이 입법예고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보면, 각 지역 경찰서장은 살인·성폭력·강도·상습절도·조직폭력·약취유인 등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 가운데 재범 우려가 높은 사람에 대해 ‘재범 위험성 및 사회생활 적응성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수집 정보 범위는 △주소지 거주 여부 △가족 상황 △직업 및 직장 등 소재지 △교우관계 △재범 위험성 및 사회생활 적응성 판단에 필요한 자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각 경찰서 심의위원회가 전과 횟수, 성격,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정보수집 대상자 명단을 올리면 경찰서장이 최종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찰서장의 재량으로 강력범죄 전과자를 지목해 평소 무슨 일을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가족관계와 직장생활은 어떤지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개인 정보를 경찰이 수시로 수집하고 지속적으로 보관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경찰은 자체 예규인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전과자 정보를 수집·관리해왔는데, 적용 기준이나 수집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경찰이 임의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해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기왕에 위헌 소지가 높다는 비판을 받았던 ‘우범자 첩보수집 활동’을 법률로 고착화하려는 경찰의 ‘꼼수’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정보수집을 하려면 직장 동료나 가족을 상대로 경찰이 탐문부터 해야 할 텐데, 그 경우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낙인찍히는 일을 경찰이 부추기게 되어 오히려 정상적 사회 복귀를 가로막게 될 것”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 비밀 보장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재범 우려자가 누구인지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경찰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소지가 대단히 높고, 가족관계 등 범죄와 직접 관련 없는 내용까지 정보수집에 포함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특히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경찰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인데, 모호하고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을 개정안에 담겠다는 것은 그 입법 취지까지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사건 발생 시 범죄자 검거에 활용할 목적으로 (경찰 예규에 따른) 우범자 관리를 해온 것일 뿐, 이런 관리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우범자도 숨쉴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주변까지 다 통제하면 오히려 더 힘들어하고 절망하다가 그냥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의 위헌 논란에 대해 경찰청 대변인실은 “여러 강력 사건 등으로 인해 재범 우려자 정보수집에 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경찰의 (정보수집) 활동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려는 김기용 경찰청장의 의지에 따라 개정안이 추진됐다”며 “정보수집 대상자 선정 심의위원회에 민간인을 참여시키는 등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미 최유빈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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