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의사 “병원 온 3명 모두 액체 뒤집어 쓰고 화상”
화학계열 근무자 “한 방울이 뼈 녹여”블로그 경고 글
화학계열 근무자 “한 방울이 뼈 녹여”블로그 경고 글
지난달 27일 노동자 5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수백명의 부상자를 낳은 경북 구미 불산 유출 사건으로 불산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5명의 노동자들은 화학약품 탱크 근처에서 작업을 하다 누출된 불산을 액체상태로 뒤집어 쓰는 바람에 숨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병원 응급실 담당 의사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병원에 3명의 환자가 왔었는데 모두 불산탱크 아래서 작업을 하다가 액체를 뒤집어 쓴 상태였다”며 “1명은 사망한 상태였고 다른 2명은 각각 2도, 3도 화상을 입은 채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2도 화상을 입은 분은 병원에 걸어들어 왔지만 화상 면적이 넓고 불산이 피부 아래로 침투해 결국 숨졌고, 3도 화상을 입은 분은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들어와 역시 불산이 전신 독성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선 불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화학계열 연구직으로 반년 넘게 일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블로그에 “(불산) 한 방울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에는 티가 안 나지만, 그 한 방울이 피부를 침투하여 뼛속으로 들어가 뼈를 녹게 한다”고 적었다. 또 자신도 불산가스를 들이마셔본 적이 있는데 헛구역질과 어지러움, 호흡 곤란 등을 겪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고 폐활량도 순간적으로 엄청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량의 불산이 사람 몸에 묻으면 사람의 모든 뼈가 녹아 죽을 수도 있다”라며 “(구미에서) 공기 중에 있는 함량만으로도 식물이 말라죽었으면 이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볼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위터 아이디 @choco*****도 “불산은 지방질에 잘 녹기 때문에 피부와 세포막을 쉽게 통과하는데다 신경 기능도 방해하기 때문에 아프다는 느낌조차 안 들 수 있어서 방치하면 심각한 사태가 일어납니다”라며 “칼슘과 반응하기 때문에 심하면 뼈를 녹일 수도 있습니다”고 적었다. @Zorro*****은 “생소한 불산의, 심각성이 와닿지 않으면 같은 할로겐족 화합물인 염산 증기를 코로 마시고 염산을 몸에 부었다 생각하세요. 불산은 염산보다 반응성이 훨씬 강합니다. 영화 <쏘우>에서 사람을 녹이는 약품으로도 나옵니다”라고 썼다.
백과사전을 보면, 불산은 피부나 점막을 강하게 침투하기 때문에 취급에 주의를 요한다고 적혀 있다. “무색의 자극성 액체로 공기 중에서 발연하며, 유독성으로 피부나 점막을 강하게 침투하기 때문에 취급에 주의를 요한다. 반응성이 풍부하고, 알칼리, 알칼리토금속, 납, 아연, 은 등의 금속산화물, 수산화물 또는 탄산염과 반응하여 불화물을 생성한다. 거의 모든 금속을 침투하지만, 금이나 백금은 침해당하지 않는다. 유리나 규소화합물을 침해하기 때문에 합성수지제(폴리에틸렌) 용기에 넣어 밀봉하여 저장한다. 유리의 부식 및 주물의 모래 제거, 스테인리스 표면처리, 도금 전처리 등에 이용된다.”
실제로 4일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에 있는 한 공장에선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문틀이 부식돼 있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곳은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곳에서 50m 가량 떨어져 있다.
이날 환경부와 함께 현장을 둘러본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교수(산업보건학과)는 “탱크에 있던 20t톤 중 8t 가량의 불산이 유출된 상태인데, 이 정도면 많은 양”이라며 “가장 위험한 것은 불산가스가 폐로 들어가는 것으로 심하면 폐수종 등에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특히 사고 발생일과 다음날 불산가스를 들이마신 주민들은 나중에라도 폐 쪽에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불산은 염산보다 부식성이 훨씬 큰 물질로 손바닥 크기만 인체에 닿아도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불산은 세포들을 괴사시키고, 뼈에 있는 칼슘을 뽑아낸다”며 “이 과정에서 불산이 신경을 먼저 죽이면 통증을 못 느끼더라도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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