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쪽에 의한 피해 27% 달해
수사·재판기관도 합의권유 많아
발생 1년이 지나면 고소도 못해
수사·재판기관도 합의권유 많아
발생 1년이 지나면 고소도 못해
‘가해자가 합의를 해달라며 매일 집으로 찾아온다.’ ‘가해자를 고소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폭행했다.’
성범죄 피해자의 사생활과 명예를 보호한다며 마련된 친고죄 조항 탓에 피해자들의 ‘2차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상담한 총 3739건의 성폭력 사건 가운데 친고죄 때문에 2차 피해를 입은 512건(중복 포함)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 쪽에 의한 피해’를 입은 경우가 전체 사례자의 4~5명 중 1명꼴인 27.2%(139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나 검사 등 ‘수사·재판 기관에 의한 피해’가 13.3%(68건), 남편이나 애인 등 ‘피해자 지인에 의한 피해’는 5.4%(28건)에 이르렀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 범죄로, 비장애 성인여성은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을 당했을 때 범죄가 벌어진 날로부터 1년 안에 고소를 해야 한다. 또 1심 판결 전에 합의를 하면 고소가 취하된다. 이런 제도 때문에 범죄 기소와 고소 부담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합의 종용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해자 쪽에 의한 피해’ 가운데는 ‘합의 종용’(43.2%, 60건)이 가장 많았다.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합의를 요구해 이웃에 피해 사실이 드러남 △종교인인 가해자의 신도들이 찾아와 합의를 종용 △가정파탄을 이유로 동정을 호소 △가해자가 가족부양을 해야 한다며 봐달라고 괴롭힘 등의 내용이 접수됐다. 피해자를 협박해 고소를 막은 사례도 18.7%(26건)나 됐다.
‘수사·재판 기관에 의한 피해’ 68건 가운데는 ‘합의 권유 및 종용’이 31건(45.6%)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지나 활동가는 “수사기관이 피해자에게 ‘왜 도망가지 않았나’, ‘잘못 고발하면 무고죄다’, ‘합의한 것 아니냐’고 묻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성범죄를 범죄가 아닌 둘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벌어지는 일”이라며 “친고죄는 이런 통념을 강화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분석 대상 내담자 10명 가운데 1명 이상(12.6%, 65건)이 고소기간을 넘기는 바람에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사건의 85% 이상이 ‘아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특성에 비추어 고소를 결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 견줘 1년이라는 고소기간이 너무 짧은 탓이다.
상담소 백미순 소장은 “강간과 추행죄에서 친고죄를 존치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일본 또한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보고서가 발간되는 등 친고죄 폐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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