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왼쪽)-이시형(오른쪽)
‘내곡동 특검’ 검찰 수사기록 확인…돈 출처 의문 증폭
“청와대 김세욱 행정관이 이 돈으로 이자·세금 냈다”
“청와대 김세욱 행정관이 이 돈으로 이자·세금 냈다”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34)씨가 서울 내곡동 사저 터 매입자금을 큰아버지인 이상은(79)씨에게서 빌리면서 ‘현금 6억원을 받아 큰 가방에 넣어 가지고 와 주거지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이씨가 6억원을 계좌이체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현금 돈다발’ 형태로 직접 받았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 돈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시형씨가 이상은씨한테서 6억원을 빌렸다’고만 밝혔을 뿐, 현금 다발 형태로 6억원을 직접 받았다는 진술은 공개하지 않았다.
내곡동 사저 사건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이시형씨가 검찰 수사 때 낸 서면답변서에 ‘내곡동 땅 매입대금으로 6억원을 큰아버지에게서 빌렸으며, 큰 가방을 직접 들고 가서 큰아버지에게서 현금 6억원을 받아 주거지에 보관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또 서면답변서에서 ‘김세욱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 이 돈으로 은행 이자도 내고 세금도 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해 5월13일과 6월15일 두 차례에 걸쳐 내곡동 땅 463㎡를 11억2000만원을 주고 매입한 이씨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머니 김윤옥(65)씨의 서울 논현동 땅을 담보로 6억원을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빌렸고, 나머지 6억원을 큰아버지인 이상은씨에게서 연 5%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빌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빌린 돈은 거래내역 등을 통해 출처가 확인될 수 있지만, 이상은씨에게서 빌린 6억원은 관련 자료가 없어 거래 성격과 출처를 두고 의문이 제기돼왔다. 청와대는 사저 터 매입자금 문제가 불거진 뒤 이 6억원의 출처에 대해 한동안 뚜렷한 답변을 피하다가 ‘친척’이 빌려준 것이라고만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업무를 맡았던 청와대 경호처 직원 김아무개(56)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청와대 경호처가 사저 터 매입 업무를 맡기기 위해 특별채용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이 대통령의 퇴임 뒤 사저를 짓기 위해 내곡동 땅을 사들이면서 매입 비용 54억원에 대한 이시형씨와 경호처의 분담 비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씨는 피의자성 참고인 신분”이라며 “김씨가 물어보는 부분에 대해 잘 답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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