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맨 앞)씨가 26일 새벽 서울 서초구에 있는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시형씨 ‘내곡동 땅’ 특검 소환 조사
법은 신탁·수탁·방조 모두 처벌
“보통 벌금형…액수 크면 실형도”
아들배임 피하면 MB배임 될수도
법은 신탁·수탁·방조 모두 처벌
“보통 벌금형…액수 크면 실형도”
아들배임 피하면 MB배임 될수도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34)씨가 서울 내곡동 사저 땅 매입 과정에 대해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고, 땅값도 모른다”며 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가 짙어지고 있다. 내곡동 땅 매입 과정의 ‘명의신탁’이 확인되면 이 대통령 일가는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부동산실명법 3조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안 된다”며 타인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 명의신탁 약정은 서면계약이 꼭 필요한 게 아니라, 대화로 제안하고 수락하는 것만으로도 성립된다.
처벌도 엄하다. 명의를 빌려달라고 한 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부동산값의 최고 30%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한다. 명의를 빌려준 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 있다. 명의신탁을 방조한 사람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명의신탁을 부추긴 ‘교사범’도 신탁·수탁자와 똑같이 처벌받는다.
내곡동 사건에 적용하면, 명의를 빌려달라고 한 이 대통령은 신탁자, 명의를 빌려준 시형씨는 수탁자, 이런 방식을 건의했다고 한 김인종(67)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은 교사범이 된다. 한 변호사는 “범행이 이뤄지는 것을 알면서도 그 과정을 돕는 게 방조인데,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시형씨에게 6억원을 빌려준 김윤옥(65)씨는 방조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김윤옥씨, 이시형씨 모두 부동산실명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발행한 <부동산실명법 해석사례집 2012>는 “모녀간의 명의신탁에도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부부간, 종중의 명의신탁의 경우 조세포탈, 강제집행 면탈 등의 목적이 없는 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지만, 모녀간의 명의신탁은 그런 제한이 없으므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가 발행한 2001년판 <부동산실명법 해석사례집>에서도 기업체 사장이 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의 반대농성이 두려워 회사 직원의 이름을 빌려 상가건물을 경매로 사들인 것도 부동산실명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보안 문제나 땅값 상승을 우려해 시형씨 명의로 땅을 사들이고 사저가 건립되면 나중에 이 대통령이 되사기로 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이 주장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등기에 ‘대통령실 경호처’ 명의가 노출된 만큼 보안문제나 땅값 상승 때문에 이시형씨를 내세웠다는 청와대 해명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형씨에게 사저를 통째로 ‘증여’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명의신탁으로 기소가 되면 보통 벌금형이 선고되지만, 액수가 크거나 세금 면탈 등의 목적이 있다면 집행유예나 실형이 나오기도 한다”며 “특검이 부동산실명법으로 관련자를 기소하려고 한다면 명의신탁의 배경 등을 정확하게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땅 매입에 이름만 빌려줬다면 시형씨는 ‘배임’ 혐의를 피해갈 수 있지만, 이 대통령한테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땅 매입자금 12억원의 조달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시형씨에게 알려주며 깊숙이 개입한 만큼, 시형씨와 경호처 사이에 부담액을 나눈 경위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명의만 빌려준 시형씨가 부담할 금액은 낮추고 청와대가 부담할 금액은 높여 결과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배임 행위에 이 대통령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앞으로 특검이 풀어야 할 핵심 의혹인 셈이다.
김태규 황춘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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