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트위트.
북한 트위터글 농담삼아 올렸다고 조사·구속
막걸리법 뺨치는 ‘리트위트 보안법’
현정부 비판글 등 웃자고 올렸는데
경찰 “이적표현물로 헌정질서 위태”
10개월새 20대 3명 잇따라 조사받아
막걸리법 뺨치는 ‘리트위트 보안법’
현정부 비판글 등 웃자고 올렸는데
경찰 “이적표현물로 헌정질서 위태”
10개월새 20대 3명 잇따라 조사받아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수령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며 모든 행복의 상징이다.”
대학생 김정도(21)씨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트에 담긴 내용과 말투가 우스웠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우리민족끼리’의 이런 트위트들을 리트위트(재전송)했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거칠게 비판하는 내용도 가끔 올렸다. “이런 내용으로 자신들을 선전한다는 게 우스웠어요.” 북한 체제를 조롱하는 리트위트 때문에 경찰청 보안분실까지 가서 조사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23일 오후, 경찰청 보안국 보안수사3대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보안분실로 김씨를 불렀다. 경찰은 최근 3년간 김씨의 전자우편 내역과 트위터 내용 등이 빼곡히 적힌 서류를 들고 있었다.
‘북한을 찬양·고무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김씨를 문제삼는 경찰의 근거는 지난 2010년 5월 이후 지금까지 김씨가 쓴 2만8000여개의 트위트 가운데 50여개 정도다. ‘이적표현물이 헌정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런 행위를 했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김씨는 ‘농담이 헌정질서를 위태롭게 할 줄은 전혀 몰랐다’는 대답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참고 그냥 “아니오”라고 답했다.
다음날인 24일 <한겨레>와 만난 김씨는 “수사관이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 ‘진보신당에 당비는 내느냐’, ‘왜 현대차 파업을 지지하는 글을 썼느냐’ 등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해왔다”고 말했다.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트를 리트위트했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례는 알려진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1월 박정근(24)씨가 김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위트하고 “김정일을 사랑한 트위터리안”, “당이 죽으라면 죽겠어요” 등의 글을 올렸다는 이유였다. 박씨 역시 “장난과 조롱삼아 관련 글을 리트위트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월 보석으로 풀려나 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박씨는 “트위터가 감시하기 편하니 경찰이 쉽게 실적을 쌓으려고 억지로 수사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우리민족끼리’ 트위트 200여건을 리트위트한 권용석(20)씨도 지난 4월26일 아침 7시30분, 충남 천안 집에서 자고 있다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후 8차례에 걸쳐 서울 신정동 보안분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문제삼은 권씨의 트위터를 보면 ‘우리민족끼리’를 ‘우리과일끼리’로 빗대 “우리 과일의 철천지 원쑤 미제 오렌지와 그들을 옹호하는 수구쥬스주의자들에게 철퇴를 내리자”와 같은 농담이 곳곳에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내용은 무시하고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위트했다는 사실만 문제삼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진보신당 당원으로,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명동 재개발 구역의 ‘카페 마리’ 강제 철거 반대 농성 때 만난 이들은 무료할 때마다 한 번씩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위트했다. “북한의 폐쇄성과 비민주성을 조롱하려고” 재미삼아 경쟁적으로 올리기도 했다고 이들은 말했다.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 등은 2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안당국이 북한 체제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사람들까지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며 각 대선 후보 캠프에 국가보안법의 존폐 여부에 대한 견해를 다음달 2일까지 답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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