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농구협회 고위간부와 심판들이 전국 초·중·고·대학교와 실업팀 감독·코치들로부터 각종 농구경기에서 유리하게 판정해주는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억원대의 돈을 받아오다 적발됐다.
부산경찰청은 29일 배임수재와 배임증재 등 혐의로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진아무개(62)씨와 심판위원장 정아무개(60)씨를 비롯한 심판간사 및 심판, 전국 초·중·고·대학교와 실업팀 코치·감독 등 151명을 붙잡아 진씨 등 7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나머지 78명에 대해선 기관 통보할 방침이다.
이들 가운데 농구협회 부회장과 심판위원장, 심판간사 등은 농구경기의 심판배정 권한 등 자신들의 직위를 이용해 2008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초·중·고·대학교와 실업팀 코치·감독 등 97명한테서 특정 심판을 배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56차례에 걸쳐 차명계좌 등을 통해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심판위원장 정씨는 농구코치 출신의 브로커에게 특정팀 경기에 특정 심판을 배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뒤 특정 심판을 연속 배정해 줬으며, 농구협회 부회장 진씨는 감독·코치들로부터 심판의 판정 불이익으로부터 팀을 보호해 달라는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심판 16명도 2008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열린 각종 농구대회에서 감독·코치들로부터 “판정을 유리하게 해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155차례에 걸쳐 57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심판은 경기 전후 감독·코치들에게 전화를 해 금품 상납을 요구하거나, 금액을 미리 정해 돈을 요구하고, 우승팀 코치들에게는 ‘우승비’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국가대표 출신 여고 농구코치 박아무개(48)씨 등 초·중·고·대학교와 실업팀 감독·코치·학부모 등 131명은 농구협회 심판위원장과 심판들에게 특정 심판을 배정하거나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고 청탁하며 300차례에 걸쳐 2억4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고교 코치는 심판 매수금 등 활동비를 학부모한테서 받거나 대회 직후 우수선수로 지정된 선수의 학부모에게 부담시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불이익을 우려해 제대로 항변도 못하고 금품을 상납하는 등 농구계 금품 상납 행위가 관행화돼 있어, 판정의 불신을 초래하고,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대한농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농구 심판·코치 등 비리 근절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해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동명 기자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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