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 생활을 위해 애쓰다 지난 26일 자신의 집에서 난 화재로 숨진 김주영씨의 동료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고인의 영정에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불길속 참변’ 고 김주영씨 노제
광화문 광장의 운구행렬
복지부 청사앞 이르자 울분
경찰은 “불법 집회” 막아서
광화문 광장의 운구행렬
복지부 청사앞 이르자 울분
경찰은 “불법 집회” 막아서
하얀 천으로 덮인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어머니는 달려갔다. “주영아.” 차 문을 부여잡고 목놓아 울었다. 차는 한동안 출발하지 못했다.
지난 26일 새벽 2시10분 서울 성동구 행당동 2층 연립주택 1층 방에서 불이 났을 때,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딸은 혼자서 불길을 피할 수 없었다. 사지를 쓰지 못해 침대에 누워 몸부림치다 숨졌다. 세상의 무관심과 방치로 상처입어 뒤틀린 몸은 관 속에서야 편안히 누웠다. 운구차를 따르는 이들은 몸을 뒤틀며 울었다.
30일 오전 9시30분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김주영(33)씨의 발인이 시작됐다.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활동에 짧은 평생을 바친 김씨는 영정 사진 속에서 미소지었다. 오전 10시30분, 운구 행렬이 광화문광장에 도착하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 200여명이 왕복 10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며 모여들었다.
오전 11시, 김씨의 노제가 시작된 광장엔 칼바람이 불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김씨의 지인들은 벌건 눈으로 땅만 쳐다보았다. “중증장애 여성으로서 너의 자존감은 높았어. 너의 모습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고 싶어했지.” 김광이 ‘인권연대 장애와 여성 마실’ 대표는 흐느끼며 추모사를 읽었다. “입에 스틱을 물고 119에 전화할 정신도 있었는데… 얼마나 사람을 찾았을까.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웠을까. 겨우 네댓 발자국 거리를 너는 왜 튀어나오지 못했니.”
그 사이 사람들이 헌화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보다 먼저 헌화하도록 주최 쪽은 안내했다. 하얀 국화 한송이 집어 영정 앞에 올리는 일을 장애인들은 간신히 해냈다. 휠체어를 타고 돌아나오는 얼굴들은 콧물, 눈물, 침으로 범벅이 됐다. 그들은 스스로 손수건을 꺼내 닦아내지 못했다.
어떤 장애인들의 울음은 웃음처럼 보였다.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 우는 표정을 짓지 못했다. 장애인 노래패가 부르는 노래는 울음처럼 들렸다. “기죽지 마. 때로는 힘들어도 우리가 있잖아.” 가사마다 그들의 발음은 갈라져 흔들렸다.
고인과 아무 인연 없는 이들도 찾아왔다.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사이 집을 빠져나오지 못해 장애인이 숨졌다는 <한겨레> 보도를 보고 활동보조인 김옥희(44)씨가 장례식에 참석했다. “나도 하루 6시간을 도와주는데, 시간이 짧아 매일 안타까워요.”
노제의 모든 발언은 수화로 전해졌다. 듣지 못하는 장애인들도 슬픔을 나눴다. 장례식이 진행될수록 차분하던 참가자 사이에서 간간이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낮 12시, 사람들은 거리를 걸었다. 광화문광장에서 율곡로를 거쳐 지하철 안국역 근처로 갔다. 최고 장애등급이 아니라면, 동거 가족이 있다면, 일부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이라 해도 활동보조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만든 보건복지부의 청사가 거기 있었다.
행진 도중 분을 이기지 못한 장애인 몇몇이 휠체어를 타고 반대편 차도로 뛰어들었다. “개××들아.” 두 다리와 두 팔로 차를 몰던 운전자들이 깜짝 놀라 멈췄다. 어느 여성 장애인은 자동차 사이에서 울었다.
경찰은 선무방송을 했다. “여러분들은 현재 불법집회중입니다.” 조문객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장애인 2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경찰과 대치한 김씨의 친구들이 울부짖는 동안 운구차는 경기도 고양시 벽제화장장으로 조용히 떠났다.
하얀 관에 덮였던 김씨의 몸은 이윽고 하얀 가루가 됐다. 1979년 6월14일, 전남 담양의 한 가정에서 1남2녀 중 장녀로 뇌병변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씨의 서글픈 육신의 흔적은 경기도 광명시 납골공원의 하얗고 작은 그릇에 담겼다.
이경미 최유빈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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