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내곡동 사저 사건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별검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내곡동 특검, 이상은 1일 소환
“시형씨 복비 경호처서 대신 내”
김태환, 특검 3번째 출석해 진술
청와대 관계자들 조금씩 입열어
“시형씨 복비 경호처서 대신 내”
김태환, 특검 3번째 출석해 진술
청와대 관계자들 조금씩 입열어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앞둔 김인종(67) 전 청와대 경호처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사건에 관련된 청와대 쪽 사람들이 조금씩 입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처장은 내곡동 사저 건립 작업을 총괄했으며, 보고라인으로 치면 이 대통령 턱밑에 있는 사람이다. 특검팀은 애초 1일 김 전 처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이상은(79) 다스 회장이 이날로 출석 날짜를 미루면서 하루 늦춰 2일 특검 조사를 받는다.
이 사건에서 특검팀이 검찰과 달리 새로운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건, 청와대 내부 관계자들이 진술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한때 기소 여부가 검토됐던 청와대 경호처 계약직 직원 김태환(56)씨는 31일 특검에 3번째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이시형(34)씨가 내야 할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경호처가 대신 냈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의 아들과 청와대 경호처가 ‘횡령’ 혐의를 받게 되는 민감한 내용이 나온 것이다.
이시형씨가 큰아버지 이상은씨에게서 받아왔다는 현금 6억원을 관리한 김세욱(58) 전 청와대 총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은 “6억원을 관리하라는 김백준(72) 총무기획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도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 옆에서 수십년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집사’ 구실을 해온 김백준 전 기획관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에 가담한 사실을 전혀 찾을 수 없다”며 ‘각하’ 처분한 바 있다.
애초 검찰 수사에서 내곡동 땅값 산정의 책임은 김태환씨에게 집중됐다. 내곡동 사저 건립 업무를 관장한 경호처의 수장이었던 김 전 처장이 “사저 실무는 김태환씨가 담당했고 땅값 산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검찰도 김씨를 배임 혐의로 기소할지 여부를 두고 고민했지만, 결국 이 대통령이나 청와대 경호처로서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 전원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 상황은 전혀 다르다. ‘희생양’이 총대를 메지 않는 한, 수사 결과는 진실에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조금씩 입을 열고 있는 건, 이런 상황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검팀은 김 전 처장을 ‘징검다리’ 삼아 이 대통령이 땅값 산정 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파악할 계획이다. 앞서 김 전 처장은 지난해 말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땅을 방문해 ‘오케이’ 하니까 샀지. 돈 투자하는데 내 마음대로 했겠나? (대통령) 승인이 나니까 계약을 하는 거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내곡동 땅 매입 과정을 상당 부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 어려운 특검이 김 전 처장을 상대로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상은 회장은 1일 오전 10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 회장이 출석하기 1시간 전부터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인근 특검 사무실 주변에 통제구역이 설치돼 행인과 차량의 통행이 제한된다.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이시형씨에게 6억원을 현금 다발로 빌려준 경위와 돈의 출처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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