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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와대, 법원이 발부한 영장 무시…“국가 이익 해쳐” 궤변

등록 2012-11-12 20:13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12일 오후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중단한 뒤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12일 오후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중단한 뒤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 거부
압수수색 전 임의제출 요구
‘알맹이 없는’ 자료만 가져와
강제 집행하려 하자 끝내 거부
내곡동 진실은폐 비난 일어
“압수수색 거부 이후 절차 없어”
특검팀 결국 ‘집행 불능’ 선언
형사사법 절차 큰 오점 남을듯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내곡동 땅 헐값 매입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청와대가 무리수를 둬가며 자료 제공을 거부함에 따라, 내곡동 사건에서 그토록 감추려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이날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청와대 관계자들과 만나 ‘임의제출’ 형식으로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려고 했다. ‘강제수사 전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먼저 자료 확보를 시도하라’는 법원의 영장 발부 조건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특검팀은 청와대 경호처가 가지고 나온 자료에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지막 방법인 강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청와대 경호처는 이를 거부했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 할 수 없다”, “직무의 비밀에 관한 것으로 신고한 때에는 해당 관공서의 승낙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막은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에는“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단서가 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가 법률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특검의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행위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 목적은 검찰이 무리하게 덮어버린 내곡동 사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주장은 궤변이라고 할 수 있다. 특검의 압수수색은 청와대의 비밀에 접근해 국가에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며, 오히려 사저 터 매입 과정에서 청와대가 국가에 손해를 입혔다는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청와대 내부 결정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우리나라 형사사법 절차의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형사소송법의 관련 규정을 충분히 감안해 신중하게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국정 최고기관이 이를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서 총리실 공직자 감찰기구를 비선으로 움직여 민간인을 사찰하고, 내곡동 사저 터 구입에 국가예산을 이용한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탈법 의식’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검팀의 이창훈 특검보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수사상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검팀의 이창훈 특검보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수사상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것인지 특검이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도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법원의 영장심사 기능을 무력화한 것”이라며 “이런 논리라면 청와대 경호처 내부에서 만약 횡령 사건이 벌어졌어도 외부 수사기관은 강제수사를 할 수 없게 되는 무소불위의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제의식이 전혀 없어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미 줄 수 있는 자료는 특검에 모두 줬다. 더 달라는데 없는 자료를 어떻게 주느냐. 경호처의 여러 사람들이 조사도 받았다. 특검이 판단을 내리는 데 부족한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검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불만도 표시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영장에도 청와대와 협의해 임의제출 받으라고 돼있다. 못 들어온다는 걸 알면서도 영장을 집행하려는 건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자 ‘집행 불능’을 선언했다. 검찰의 부실수사로 시작된 특검마저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막무가내 반발’에 막혀 진실에 접근할 기회를 차단당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거부했을 때 이 영장으로 다시 집행할 수 있는지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야 하는지 그런 절차가 없다. 시간적인 여유도 없어서 다시 압수수색을 시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안창현 박태우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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