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당시 희생된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가 19일 낮 서울 중구 대한문 앞 함께살자 농성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한문 농성촌’ 릴레이 인터뷰 ②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씨
‘강제퇴거금지법’ 여전히 감감
대선후보들도 해결의지 없어
병원서만 355일 동안 투쟁
계속 나라 향해 요구할 것
‘강제퇴거금지법’ 여전히 감감
대선후보들도 해결의지 없어
병원서만 355일 동안 투쟁
계속 나라 향해 요구할 것
예전에 비해 삶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학 앞에 도시락집을 열었다. 큰 손자는 대입 수시모집에 원서를 넣었다. 외손녀는 국제중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래도 삶은 예전과 같지 않다. 50㎏ 안팎을 오가던 전재숙(69)씨의 몸무게는 3년여 만에 42㎏으로 줄었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도 보지 않는다. “그날 이후 식구들끼리 모여 하하호호 웃어보질 못했네요. 웃는 사람을 보면 낯설어요.”
2009년 1월20일 ‘용산참사’가 벌어지던 그날, 전씨의 남편 고 이상림(당시 71살)씨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다른 철거민 4명과 경찰 1명도 숨졌다. 당시 아버지와 함께 망루에 올랐던 아들 이충연(39)씨는 2010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지금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우리는 갔다 하면 쫓겨나는 사람이에요. 맨날 내몰리는 사람이지요.” 지난 4년 동안 국정감사 때마다 국회에 출석했고, 관할 부처의 장관을 만나 읍소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독재라도 좋다’며 용산참사 관련 안건 의결을 무산시킨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현 위원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책임자 처벌, 구속자 석방,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이라는 유족들의 세가지 요구 조건도 여전히 미결로 남아있다.
전씨는 지난 10월 초부터 한달 동안 제주부터 평택까지 전국 주요 도시를 다녔다. 노숙도 마다하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및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한 ‘생명평화대행진’ 이후 전씨는 대한문 옆 농성촌을 부지런히 드나들고 있다.
“정권교체가 돼도 용산참사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에요.” 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의 공약에서 제2의 용산참사를 막을 수 있는 ‘강제퇴거금지법’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계속 나라를 향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식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병원 영안실에서 355일 동안 투쟁했어요. 우리 힘만으로는 못했겠죠. 식구들이 같이 해줘서 이만큼 온 거예요.” 전씨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강정마을 주민 등 대한문 옆 농성촌을 함께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식구’라고 불렀다. “그러니 용산참사에 대한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진다 해도, 집안에 들어앉을 수는 없어요. 식구들의 다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머릿수 하나라도 채워야죠.” 전씨는 홑겹의 천막 안에 앉아 떠날 줄 몰랐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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