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와 연탄가스를 이용해 40대 양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60대 여성 등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스무 살 아래 남자와 동거한다는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숨진 남성을 양아들로 입양했으나, 관계가 악화하자 거액의 보험을 들어 놓고 친아들 부부까지 끌어들여 연탄가스 중독을 위장해 살해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 여성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살인 등 혐의로 윤아무개(64·여)씨와 윤씨의 친아들 박아무개(38)씨를 구속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박씨의 부인 이아무개(35)씨와 보험설계사 유아무개(52·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윤씨는 2010년 2월10일 새벽 경기도 안양시 자신의 집에서 양아들 채아무개(당시 42살)씨에게 수면제를 탄 홍삼 즙을 마시게 해 잠들게 한 뒤 거실 연탄난로 덮개를 열어 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위장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채씨의 몸에서는 1회 복용량의 30~50배가 넘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돼 경찰은 타살 혐의를 놓고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경찰 재조사 결과, 윤씨는 2002년 골프장에서 만난 채씨와 사귀다 자신의 집에서 동거하다 2004년 2월 채씨를 양아들로 입양했다. 하지만, 채씨가 2005년부터 다른 여자를 만나고 술버릇이 나빠지면서 사이가 악화했다.
이에 윤씨는 채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 한 달 전 채씨 사망 시 4억3천만원을 자신이 받는 조건의 생명보험 3개를 채씨 명의로 가입하는 등 모두 12개 보험(6억7천만원)을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채씨가 숨지기 1~2일 전 친아들 부부와 각각 안양과 서울, 강원도 평창 등을 돌며 수면제 80여 알을 나눠 산 뒤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채씨가 숨진 직후 용의선상에 오른 윤씨는 “연탄가스 사고”라고 범행을 부인했으나, 최근에는 “내연관계를 끝내기 위해 동반 자살하려고 수면제를 샀다”고 말을 바꿨다. 윤씨는 또한, ‘보험금을 노렸다’는 경찰의 추궁에 대해 “재테크 목적으로 보험에 든 것으로 나와 친아들 부부 명의로도 보험 20여 개에 가입해 다달이 500여만원의 보험료를 내왔다”며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윤씨는 공시지가 기준 40억여 원짜리 5층 상가건물 소유주로 매달 900여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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