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첫 공판 분식회계등은 시인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이 6년여 만에 법정에 섰다.
김 전 회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황현주)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대우그룹의 부실로 인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치게 돼 죄송하고, 국가 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이처럼 사법부의 심판을 받는 자리에 서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구체적으로 지시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면서도, “(‘김 회장이 지시했다’는 임직원들의 검찰 진술내용이) 맞을 거고, (내가) 책임지겠다”며 1997~98년 21조원의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9조8천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를 캐묻는 검찰 신문내용을 대부분 인정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국내자금을 수입대금으로 위장해 대우의 해외 비밀금융조직인 비에프시에 송금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재정경제원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송금을 지시한 것은 잘못이지만, 자금송금 방법을 지시하거나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변호인들도 “비에프시는 해외도피 목적의 비밀금융조직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회삿돈 33억달러를 빼돌리거나 유용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는 모두진술에서 “김 전 회장이 ‘세계경영’을 표방하며 무모하게 사업을 확장한 결과가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고, 수많은 투자자들과 대우그룹 부도로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이 지금도 김 전 회장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김 전 회장의 ‘속죄’를 당부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대우 관계자 등 방청객 180여명으로 가득 찼으며, 김 전 회장은 간혹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질문 내용을 되묻거나 심장 통증으로 인해 30분 동안 휴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신문에는 또박또박 응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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