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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법 위의 재벌” 질타하면서도…최저형량 구형

등록 2012-11-23 08:23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개인적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결심공판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서류 뭉치를 들고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에게 징역 4년,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개인적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결심공판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서류 뭉치를 들고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에게 징역 4년,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도박에 가까운 선물옵션 투자”
100분간 논고 증거인멸 등 강조
정작 구형은 ‘봐주기’…모순 노출
검찰이 집행유예 선고 길 터줘
김승연·이호진 무거운 구형과 대비
22일 검찰이 600억원대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에게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최저형량인 징역 4년을 구형한 것은, 이 사건에서 최 회장의 주도적 구실을 입증하려 했던 검찰의 ‘자기부정’ 행태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혐의 부인’, ‘증거인멸’, ‘위증교사’ 등 최 회장에게 불리한 구형 사유만을 강조하고도 징역 4년만 구형했다. 애초 수사팀이 제시한 구형량 의견을 검찰 수뇌부가 묵살하면서 검찰의 구형 논리 안에서 ‘모순’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 검찰, 100분 동안 최 회장 질타 이날 공판에 출석한 검사는 구형에 앞서 논고문을 읽으면서 “최 회장은 멀쩡하게 교육받은 임직원들을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에 가담하게 해 범죄자로 만들고, 가혹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선물 옵션 투자를 했다”며 최 회장이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는 주장을 분명히 했다. 또 “최 회장은 에스케이글로벌 사건에서 이미 조직적 증거인멸을 했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사면됐다. 이를 통해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인멸을 해도 된다는, 법을 안 지켜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재벌의 모습, ‘리바이어던’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100분 동안 이뤄진 검찰의 논고 중에 최 회장의 형량을 깎아줄 만한 ‘유리한 정황’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법원 권고형량의 최저치를 구형하는 바람에 논고의 내용과 구형량의 ‘불일치’가 불거졌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횡령·배임액이 300억원 이상일 때 기본형으로 징역 5~8년, 감경한 형으로 징역 4~7년을 권고하고 있는데, 가장 낮은 4년을 구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므로 검찰은 법원의 권고 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구형한다. 법원 관계자는 “선고할 때 징역 3년 이하라야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구형량이 징역 4년이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한 구형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구형량이 5년 이상이면 법원도 집행유예 선고에 부담을 느끼는데, 이날 구형량은 사실상 검찰이 먼저 집행유예의 길을 터놓은 셈이다.

■ 에스케이 앞에서 작아진 검찰 최 회장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는 김승연 한화 회장 사례만 보아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김 회장은 2004~2006년, 자신의 동생과 어머니 등이 소유한 기업들의 부실을 해소하려고 그룹 계열사들에 불법적으로 지급 보증을 서게 하는 방식 등으로 그룹에 4856억원의 손실을 끼치고(배임), 비자금 조성을 통해 23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런 업무를 주도한 홍동옥 전 한화그룹 재무팀장(현 여천엔시시 사장) 등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는데, 이는 법원 권고형량의 거의 최대치에 해당한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8월 김 회장의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형량을 낮췄지만,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형량이었다.

이로써 재벌 회장이 법정구속되는 일정한 ‘성과’를 올렸지만,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한 엄벌 의지를 꺾지 않았다. 검찰은 서울고법에서 지난달 열린 김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김 회장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으며, 책임을 홍동옥 사장에게 전가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 범죄에서 ‘총대메기’ 관행이 용인돼서는 안 되고,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징역 12년8월에서 20년까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스케이 사건과 한화 사건은 구조가 비슷하다. 수사팀은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빼내어 선물·옵션에 투자를 한 계좌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것이지만, 사실상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이 보기에 최 회장은 “범행을 부인하고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은데도, 김 회장과 달리 최 회장에게만 최저형량을 구형하는 관대함을 보인 것이다.

앞서 검찰은 1400억원대의 배임 혐의로 기소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한테도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으며, 이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6월을 선고받았다.

김태규 박태우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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