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결혼, 지난해엔 국적도 취득
남편과 갈등 깊어 올 1월 이혼소송
남편과 갈등 깊어 올 1월 이혼소송
8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 이아무개(28)씨는 부산에서 남편과의 사이에서 딸(6)과 아들(2)을 낳고 단란하게 살았다. 지난해 4월에는 결혼 7년 만에 한국 국적과 이름까지 취득했다.
그러나 한때 꿈에 부풀었던 이씨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언어가 서툴러 의사 전달이 되지 않고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할 즈음, 스무살 차이 나는 남편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부부싸움도 잦았다. 남편한테 맞기도 하고 시집 식구와의 불화도 이어졌다. 20살이던 2004년 베트남에서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소개로 만났던 남편과는 어느새 이혼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이혼 얘기는 이씨가 먼저 꺼냈지만, 이혼 소송은 올해 1월 남편이 법원에 냈다.
이씨는 23일 오전 11시7분께 16절지 두 장에 베트남어로 된 유서를 남기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두 아이와 남편과 함께 살았던 자신의 아파트 18층에서 작은방 창문을 열고 자녀와 함께 뛰어내렸다. 이씨와 두 자녀는 아파트 주민 김아무개(43)씨에 의해 아파트 뒤쪽 화단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씨는 아파트 거실에 남긴 ‘세 모자의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유서에 “아이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사는 의미가 없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싶었는데…. 남편과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썼다. 유서에 밝힌 심정으로 미뤄 이혼 소송으로 양육권을 잃어 아이들을 뺏기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함께 목숨을 끊은 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의 남편은 “회사 휴가기간에 본가에서 지내다 오늘 오전 자택으로 아버지와 함께 들어왔다. 아내가 딸과 아들을 데리고 작은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내가 문을 열자 아내가 베란다에서 두 자식을 안고 뛰어내렸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경찰은 이씨와 자녀의 주검에 별다른 외상이 없는데다 유서와 남편 등 유족의 진술로 미뤄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 ‘남편이 나를 때렸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미뤄 부부 갈등도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이주여성으로 문화적 차이 등에 따른 고민도 많았다고 하는데 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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