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맨 왼쪽) 등 서울시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신청사 브리핑실에서 300억원 이상 공사의 ‘턴키 발주’ 중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대형공사 입찰 및 계약관행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건설사 담합 등 비리 근절책
불공정 적발땐 입찰 2년 제외
불공정 적발땐 입찰 2년 제외
서울시가 300억원 이상 대형 공사의 턴키 발주(설계·시공 일괄입찰)를 금지하기로 했다. 전국 공공기관으로는 최초다. 불공정 입찰·담합 행위로 적발된 업체를 서울시 사업 입찰에서 제외하는 기간도 현재의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할 방침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시 산하 공기업도 모두 포함된다.
서울시는 26일 이런 내용의 ‘대형 건설공사 입찰 및 계약 관행 4대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내년도 대형 공사(전체 1000억원 규모 예상)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일부 지자체와 4대강 사업에서 입찰 담합 등의 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고 그 비용은 시민들 혈세가 됐다”며 “시가 먼저 선도해 건설공사 부패 고리를 끊기 위해 대형 공사에서 턴키 발주를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계약 관행을 혁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턴키 발주는 공기가 단축되고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입찰 담합, 심의위원 로비 등의 여지가 많고 이를 뒷배 삼아 업체 쪽 사업 확정가격(투찰가)이 발주 쪽 최고 예상가격의 95%를 상회하는 등 고비용 사업구조의 고리로 꼽혀왔다.
다만 고난도 공사 등에서 턴키 발주가 불가피할 경우, 설계기준 점수에 도달한 업체들 가운데 최저가로 입찰한 곳을 낙찰하는 방식(설계 적합 최저가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단독 최고점을 따내려는 무리한 경쟁이나 뒷거래가 줄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심의 과정의 공개 수위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간 발주 부서와 입찰 참가업체 쪽만 참석했던 설계평가회의에 일반인 참관을 허용하고, 이후 심의 과정은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설계도서 등 심의자료, 도급·하도급 계약서, 심의 회의록 모두 공개한다. 시민단체 인사를 사업별 ‘시민감찰관’으로 위촉해 설계 심의 과정을 감찰하도록 할 방침이다. 업체간 감시나 견제도 용이해질 전망이다.
정만근 서울시 기술심사담당관은 “입찰 담합 전력 업체가 사면받아 입찰이 가능하더라도 감점을 부과해 사실상 낙찰될 수 없게 하겠다. 300억~1000억원 건설공사의 대표적인 공사 종목에 중소건설업체 2곳 이상이, 1000억원 이상 사업에선 3곳 이상이 참여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