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꼼수도 총선개입 의혹도
문자수신자 잘못 지정했다가 들통
문자수신자 잘못 지정했다가 들통
스마트폰이 ‘본의 아니게’ 세상을 바꾸는 중이다. 검찰 개혁을 주문했던 윤대해(42·사법연수원 29기) 검사의 ‘검은 속내’(<한겨레> 28일치 10면)는 윤 검사의 스마트폰 조작 실수로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윤 검사는 24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개혁에 대한 글을 올린 뒤, 다음날 자신의 속뜻을 설명하기 위해 친분이 있는 다른 검사에게 보낼 문자메시지를 작성했다. 그런데 마침 한 언론사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통화를 끝낸 윤 검사는 문자메시지 수신자로 검사가 아닌 기자의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스마트폰의 ‘최근 통화 목록’에서 대검 소속 검사의 이름을 찾다 문자 수신자를 잘못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이달곤(59) 청와대 정무수석은 새누리당의 총선 후보 공천 발표를 앞두고 한 후보에게 공천을 축하하는 문자메시지를 하필이면 김유정 당시 민주통합당 대변인에게 잘못 보내는 바람에 ‘청와대의 총선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일은 과거 일반 휴대전화(피처폰)에선 좀체 일어나지 않았다. 예민한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은 순간적 실수를 바로잡을 여유를 주지 않는다. 통화기록과 수신자 목록 등을 넘나드는 스마트폰의 간편조작이 오히려 ‘화’를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보면,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5300만명이며 스마트폰 가입자는 그 절반이 넘는 3100만명에 이른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정치·사회적 스캔들이 ‘입’이 아닌 ‘손가락’으로 벌어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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