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차 빈채 퇴근 29일 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에서 전국 지검장 회의가 끝난 후 한상대 검찰총장의 에쿠스 차량이 한 총장을 태우지 않은 채로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한 총장은 아침에도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청사로 들여보내고 다른 출입구로 걸어서 출근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0일간의 ‘검찰 막장드라마’ 재구성
김광준 검사 뇌물사건으로 촉발
중수부 반대에도 특임수사 강행
‘검사 성추문’ 보도로 충격 더해 ”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8층 검찰총장실. 대검 기획관·과장(부장검사급)들이 한상대 총장을 찾아갔다. 이들은 “총장님, 명예롭게 퇴진해주십시오”라며 ‘용퇴’를 건의했다. 한 총장은 “그런 얘기 할 거면 니들도 사퇴해”라고 고성을 질렀다.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 검찰 ‘막장 드라마’의 정점이었다. 드라마는 한 검찰 간부의 범죄에서 시작됐다. 2012.11.8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의 금품수수 의혹이 표면화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출신 검사가 ‘수사 무마’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검찰조직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보다 더 나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2012.11.9 한상대 총장은 발빠르게 특임검사를 지명하고 김 검사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비리를 수사하는 사상 세번째 특임검사 지명이었지만, ‘경찰 수사 가로채기’ 비판이 일었다. 대검 중수부는 이때 특임검사 도입을 반대하고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자고 했다고 한다. 2012.11.19 김수창 특임검사팀이 김 검사를 9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여론의 관심도 잦아드는 모양새였다. 2012.11.22 서울동부지검 전아무개(30)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터져나왔다. 김 검사 사건에 이은 드라마의 제2막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에스케이(SK) 횡령 사건 결심공판에서는 검사가 최태원 회장에게 양형기준상 최저 형량인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봐주기 구형’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2.11.23 전 검사의 소속 검찰청이었던 서울동부지검의 석동현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 또한 한 총장의 지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재경 중앙수사부장은 한 총장에게 “사태를 수습하고 모든 게 내 책임이라고 하시라”며 사실상 사퇴를 건의했다. 둘 사이에 냉기가 흘렀다. 2012.11.25 대검 과장들이 한 총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 자리에서 사퇴를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면전에 대고 직격탄을 쏠 수 있는 참모가 없었던 것이다. SK 구형 논란일자 ‘총장 책임론’
동부지검장 사의도 한총장 지시
최재경 ‘사퇴 건의’에 둘사이 냉기 2012.11.26 최 회장에 대한 봐주기 구형이 한 총장의 지시였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왔다. 뇌물·성추문 사건으로 검찰이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 총장이 무리수를 던졌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 내부게시판에서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 총장도 감찰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몰지각한 검사 개인의 일탈행위에 맞춰졌던 논의의 초점이 한 총장 책임론으로 확대됐다.
2012.11.27 검찰 게시판에서 실명으로 검찰개혁을 촉구한 윤대해(42) 검사가 ‘내가 올린 개혁안이 검찰에 불리할 것이 없다. 평검사회의를 이용해 한 총장의 검찰개혁안 발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쓴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검찰의 ‘꼼수’가 확인된 것이다. 검찰개혁을 주제로 검찰청별로 열리고 있던 평검사회의가 얼어붙었다. 검찰의 위기의식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2012.11.28 김수창 특임검사는 한 총장을 방문해 김광준 검사 뇌물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최재경 중수부장과 김 부장검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함께 보고했다. 대학 동기인 김 검사에게 언론대응 방식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혹시 외부에 알려지면 악용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이었다. 그러나 한 총장은 이를 감찰본부에 넘겨 감찰을 지시했다. 대검 감찰본부가 저녁 6시20분에 브리핑을 하겠다고 하자, 김 특임검사는 한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이유로 감찰을 하겠다면 내가 그만두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감찰본부의 브리핑은 예정보다 20분 늦은 6시40분부터 시작됐는데, 그 20분 동안 대검 간부들이 한 총장을 ‘뜯어말렸다’. 대검 관계자는 “정 감찰을 하겠다면 다른 감찰 건과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하자”고 요청했지만, 한 총장은 결국 감찰 사실을 공개해버렸다. 잠복해 있던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최 중수부장은 1시간여 뒤인 저녁 8시에 “감찰조사를 승복할 수 없다”는 개인성명을 발표했다. 한 총장에 대한 반격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최 중수부장을 비롯한 대검 중수부가 ‘봐주기 구형’ 문제를 언론에 흘린 것으로 보고 한 총장이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경 감찰’ 지시로 갈등 폭발
연판장 돌고 총장 사퇴 요구 빗발
고성에 말싸움 끝 ‘어정쩡한 사의’ 2012.11.29 밤사이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등에서는 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았다.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들은 오전 9시 한 총장을 찾아갔다. 검사장들이 “물러나시라”고 건의하자 한 총장이 “니들도 같이 나가자”고 응수했다. 검사장들이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되받고, 한 총장은 “그러면 더 이상 사퇴를 얘기하지 마라”고 버티는 등 말싸움이 이어졌다. 대검 검사장들은 이런 사실을 언론에 알리려 했지만, 총장의 측근조직인 대검 대변인실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언론에 이 사실을 전달한 사람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대검 검사장들에 이어 오전 11시에 대검 기획관·단장, 과장, 수석연구관들이 총장실에 들어가 거듭 사퇴를 요구했다. 이때는 한 총장이 고성까지 질렀다. 대검 청사 8층 총장 방 앞 복도에는 기자들의 접근을 막으려고 커다란 칸막이가 쳐졌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은 “오늘 낮 12시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우리가 찾아가서 용퇴를 요구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했다. 오전 내내 ‘부하’들의 사퇴 요구에 시달린 한 총장은 결국 오후 1시50분께 “30일 개혁안 발표 후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어정쩡한 사의를 밝혔다. 2012.11.30 이날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한상대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시까지 어기고 최재경 중수부장의 감찰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하극상’을 보도했다. 이윽고 아침 8시께 한 총장이 ‘꼼수’로 불렸던 전날의 ‘조건부 사표 제출’을 거둬들이고 사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검 대변인실은 오전 9시께 “한 총장이 오전 10시 대검 15층 대회의실에서 사퇴를 발표하며 개혁안 발표는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애초 30일 오후 2시 검찰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오전 10시 한상대 총장이 사퇴 회견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검찰의 총수로서 어떠한 비난과 질책도 달게 받겠습니다. 저는 이제 검찰을 떠나고자 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후임자에게 맡기고 표표히 작별하고자 합니다.” 김태규 김정필 기자 dokb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논쟁] 홍성담 화백의 ‘유신풍자화’, 어떻게 봐야 하나
■ “이 자식이” “버르장머리 없는 XX” 새누리 의원들, 국회 회의 도중 욕설
■ 공지영, 정권교체 위해 단식 기도 돌입
■ 발사 16분전 상단로켓 이상…‘2012년 우주여행’ 사실상 무산
■ 귀엽게 망가진 박하선이 없었다면…
■ 전설, 떠나다…박찬호 “은퇴하겠다”
■ [화보] ′성추문 검사′ 얼굴 가린 채…
중수부 반대에도 특임수사 강행
‘검사 성추문’ 보도로 충격 더해 ”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8층 검찰총장실. 대검 기획관·과장(부장검사급)들이 한상대 총장을 찾아갔다. 이들은 “총장님, 명예롭게 퇴진해주십시오”라며 ‘용퇴’를 건의했다. 한 총장은 “그런 얘기 할 거면 니들도 사퇴해”라고 고성을 질렀다.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 검찰 ‘막장 드라마’의 정점이었다. 드라마는 한 검찰 간부의 범죄에서 시작됐다. 2012.11.8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의 금품수수 의혹이 표면화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출신 검사가 ‘수사 무마’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검찰조직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보다 더 나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2012.11.9 한상대 총장은 발빠르게 특임검사를 지명하고 김 검사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비리를 수사하는 사상 세번째 특임검사 지명이었지만, ‘경찰 수사 가로채기’ 비판이 일었다. 대검 중수부는 이때 특임검사 도입을 반대하고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자고 했다고 한다. 2012.11.19 김수창 특임검사팀이 김 검사를 9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여론의 관심도 잦아드는 모양새였다. 2012.11.22 서울동부지검 전아무개(30)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터져나왔다. 김 검사 사건에 이은 드라마의 제2막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에스케이(SK) 횡령 사건 결심공판에서는 검사가 최태원 회장에게 양형기준상 최저 형량인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봐주기 구형’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2.11.23 전 검사의 소속 검찰청이었던 서울동부지검의 석동현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 또한 한 총장의 지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재경 중앙수사부장은 한 총장에게 “사태를 수습하고 모든 게 내 책임이라고 하시라”며 사실상 사퇴를 건의했다. 둘 사이에 냉기가 흘렀다. 2012.11.25 대검 과장들이 한 총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 자리에서 사퇴를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면전에 대고 직격탄을 쏠 수 있는 참모가 없었던 것이다. SK 구형 논란일자 ‘총장 책임론’
동부지검장 사의도 한총장 지시
최재경 ‘사퇴 건의’에 둘사이 냉기 2012.11.26 최 회장에 대한 봐주기 구형이 한 총장의 지시였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왔다. 뇌물·성추문 사건으로 검찰이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 총장이 무리수를 던졌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 내부게시판에서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 총장도 감찰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몰지각한 검사 개인의 일탈행위에 맞춰졌던 논의의 초점이 한 총장 책임론으로 확대됐다.
중수부장 정문으로 한상대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연판장 돌고 총장 사퇴 요구 빗발
고성에 말싸움 끝 ‘어정쩡한 사의’ 2012.11.29 밤사이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등에서는 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았다.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들은 오전 9시 한 총장을 찾아갔다. 검사장들이 “물러나시라”고 건의하자 한 총장이 “니들도 같이 나가자”고 응수했다. 검사장들이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되받고, 한 총장은 “그러면 더 이상 사퇴를 얘기하지 마라”고 버티는 등 말싸움이 이어졌다. 대검 검사장들은 이런 사실을 언론에 알리려 했지만, 총장의 측근조직인 대검 대변인실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언론에 이 사실을 전달한 사람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대검 검사장들에 이어 오전 11시에 대검 기획관·단장, 과장, 수석연구관들이 총장실에 들어가 거듭 사퇴를 요구했다. 이때는 한 총장이 고성까지 질렀다. 대검 청사 8층 총장 방 앞 복도에는 기자들의 접근을 막으려고 커다란 칸막이가 쳐졌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은 “오늘 낮 12시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우리가 찾아가서 용퇴를 요구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했다. 오전 내내 ‘부하’들의 사퇴 요구에 시달린 한 총장은 결국 오후 1시50분께 “30일 개혁안 발표 후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어정쩡한 사의를 밝혔다. 2012.11.30 이날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한상대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시까지 어기고 최재경 중수부장의 감찰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하극상’을 보도했다. 이윽고 아침 8시께 한 총장이 ‘꼼수’로 불렸던 전날의 ‘조건부 사표 제출’을 거둬들이고 사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검 대변인실은 오전 9시께 “한 총장이 오전 10시 대검 15층 대회의실에서 사퇴를 발표하며 개혁안 발표는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애초 30일 오후 2시 검찰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오전 10시 한상대 총장이 사퇴 회견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검찰의 총수로서 어떠한 비난과 질책도 달게 받겠습니다. 저는 이제 검찰을 떠나고자 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후임자에게 맡기고 표표히 작별하고자 합니다.” 김태규 김정필 기자 dokb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논쟁] 홍성담 화백의 ‘유신풍자화’, 어떻게 봐야 하나
■ “이 자식이” “버르장머리 없는 XX” 새누리 의원들, 국회 회의 도중 욕설
■ 공지영, 정권교체 위해 단식 기도 돌입
■ 발사 16분전 상단로켓 이상…‘2012년 우주여행’ 사실상 무산
■ 귀엽게 망가진 박하선이 없었다면…
■ 전설, 떠나다…박찬호 “은퇴하겠다”
■ [화보] ′성추문 검사′ 얼굴 가린 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