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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엄마 같은 언니, 효도여행 보내줄게

등록 2012-11-30 20:53

사랑하는 숙희 언니와 쌍둥이 아들 태진이가 저희 집에 놀러 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사랑하는 숙희 언니와 쌍둥이 아들 태진이가 저희 집에 놀러 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나의 하나뿐인 숙희 언니에게.

언니! 오랜만에 편지를 쓰네. 내가 직장생활 시작하기 전까지는 자주 언니에게 편지를 썼던 것 같은데, 내가 언니에게 편지를 썼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났네. 이제 언니는 쌍둥이 엄마로 2년 뒤면 마흔, 나는 5년 뒤에 마흔이 되겠네. 항상 어릴 적 그 마음 그대로인 것 같은데, 어느새 우리도 아줌마가 돼버린 거지.

언니 기억나? 내가 대학 신입생이었을 때, 아이엠에프(IMF) 때문에 우리 집안이 폭삭 망했잖아. 등록금 내기가 힘들어 학교 휴학하고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해도 돈 모으기가 힘들었는데, 언니가 모은 돈으로 내 등록금을 몇 번이나 내줬잖아. 언니 덕에 대학 졸업한 거나 마찬가지야.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게 또 있어. 직장생활 시작하고 한달에 월급 100만원을 받았는데 언니가 내 통장 관리를 해줬잖아. 나는 언니가 주는 용돈만 받아 쓰면서 2년 만에 2000만원을 모았어. 내가 받은 월급 전부를 언니가 저축해서 돌려준 덕분이었지. 그 시절 언니가 내 옆에 있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렇게 직장생활하고, 결혼하고 그러지 못했을 거야. 지금에야 얘기하지만 언니는 나에게 엄마와 같은 존재야. 지금은 각자 생활하느라 얼굴 보기도 힘들어지고 나도 많이 컸다고 언니 말 안 듣는 것도 많지만, 내 마음속 한구석엔 늘 언니가 자리하고 있어.

사랑하는 나의 언니! 쌍둥이 키우느라 힘들어 언니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거, 옆에서 보면 속상한데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어 더 속상해. 그래도 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철없는 동생이나마 내가 있다는 걸 생각하고, 언니가 항상 기죽지 않고 생활하면 좋겠어. 언니, 우리는 둘도 없는 자매이고 가족이니깐 어쩌다 미워 보이고 맘에 안 들 때가 생겨도 죽을 때까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자!

지금 나의 목표는 언니를 위한 적금통장을 만들어서 언니와 쌍둥이들 여행을 보내 주는 거야. 언니가 출산한 지 5년이 지났는데 변변한 여행 한번 가지 못하고 있는 걸 보고 생각했어. 시간이 조금 걸릴지 모르지만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아 볼 거야!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 엄마, 아빠를 위한 효도여행보다도 언니를 위한 여행 먼저 보내줄게. 내가 엄마, 아빠 말보다도 언니 말을 더 잘 따르는 거 알지? 언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을 거야.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언니는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었어. 언니한테 처음 써보는 말. 사랑해 숙희 언니! 그리고 고마워. 내 언니로 태어나 줘서.

언니의 동생 유미

▶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사진과 함께 편지(원고지 6장 분량)로 적어 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는 빕스에서 4인가족 식사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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