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개그맨 앞세워 주가 올린 뒤 수십억 회삿돈 횡령

경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8일 유명 개그맨을 대주주인 것처럼 내세워 코스닥 상장기업을 인수한 뒤 주가를 올려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박아무개(41)씨와 코스닥 상장사 ㅇ사 대표 이아무개(33)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개그맨 오아무개(41)씨와 사업가 신아무개(39)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된 가정용 노래방기기 제조업체 ㅇ사와 개그맨 오씨를 인수자로 하는 주식 및 경영권 양수·양도 계약을 맺었다. 연매출 100억원에 달하는 ㅇ사를 8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인수자금은 박씨와 신씨가 30억원을 마련한 뒤 45억원은 오씨 이름으로 사채를 빌려 충당했다. 박씨는 개그맨 오씨를 끌어들여 유명세를 이용했고 회사 운영 경험이 없는 이씨를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ㅇ사 대표 자리에 앉힌 것으로 조사됐다.

ㅇ사를 인수한 박씨와 신씨는 회사 운영자금과 유상증자 등으로 주가를 띄워 확보한 회삿돈 59억원을 10개월에 걸쳐 빼내 대부분 회사 인수자금으로 빌린 사채를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해 9월 9억9천만원 규모의 소액 유상증자에 1천억원에 가까운 청약금이 몰려 1주당 1100원대이던 ㅇ사 주식은 24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들이 회삿돈을 빼돌리는 바람에 직원 급여와 은행 대출이자가 연체되는 등 회사 재무구조는 악화했고, 12월 현재 주가는 올해 3월 최고가(2천400원대) 대비 86%나 떨어진 300원대로 추락해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오씨는 지난해 7월 주식이 한 주도 없는데도 금융감독원에 20% 이상의 지분을 가진 ㅇ사 최대주주로 허위공시되면서 연예인 주식 부자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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