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혐의로 구속수감된 이상득 전 의원
112신고에도 여성 피살 못막고
이웃이 7살 여아 성폭행 살해
비정규직들 잇따라 고공농성
용역업체 노조파괴 실체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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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으로 돌아본 한해
올해도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끔찍한 범죄, 권력형 비리, 안타까운 죽음 등이 매일 신문 지면을 채웠다. 세상을 들썩이게 한 사건·사고에는 가해자 또는 피해자, 범죄자 또는 단죄자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이 우리를 웃기고 울렸다.
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생존 여부는 결국 확인되지 못했다. ‘희대의 사기범’은 ‘희대의 미스터리’의 주인공이 됐다. 경찰은 5월, 조씨가 중국으로 도피한 뒤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충분치 않은 근거로 섣불리 사망을 단정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씨 도피를 도운 부패 경찰과 관련한 의혹도 커졌다. 그런데 조씨의 계좌를 뒤지던 경찰은 현직 부장검사의 차명계좌를 발견했다. 조씨가 검찰의 치부까지 드러낸 것이다.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는 조희팔씨의 측근과 대기업 등으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12월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은 이후 피의자와 성추문을 일으킨 전아무개 검사 사건과 겹쳐 ‘정치검찰, 부패검찰’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궁지에 몰린 한상대 검찰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죽었다는 범죄자 조씨가 살아있는 권력자 검찰총장의 법복을 벗겨버린 셈이다. 권좌에서 물러난 것은 한둘이 아니었다.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가 잇따라 불거졌다. 7월1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됐다.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되던 날, 이상득 전 의원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4월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현 정부 실세로 통했던 박영준 전 국무차관이 같은 혐의로 5월 구속됐다. 권력형 비리가 줄줄이 터져나오던 봄, 시민들은 잔혹 범죄의 공포에도 노출됐다. 4월 경기도 수원에서 20대 젊은 여성이 오원춘씨에게 납치된 뒤 살해당하고 시신을 훼손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가 112에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이 이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여론은 들끓었다. 결국 조현오 경찰청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흉악범죄는 약자에게 집중됐다. 7월 경남 통영에서 열살 한아름양이 목숨을 잃었다. 한양은 가난한 가정에서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자랐다. 한양의 목숨을 빼앗은 김아무개(45)씨는 평소 잘 알던 동네 이웃이었다. 학교에 가기 위해 김씨의 차를 얻어탄 한양은 성폭행의 희생양이 된 뒤 세상을 떠났다. 한양의 죽음은 빈곤층 소외 아동이 흉악한 범죄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비극적으로 드러내주었다.
범죄의 피해자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죽어갔다. 올해 들어 4명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투병중에 숨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쌍용차 사태 이후 모두 23명이 희생됐다. 대선 직후에는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인 최강서씨를 비롯해 3명의 노동자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살아남은 노동자는 하늘에 올랐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 최병승씨와 천의봉씨는 26일로 71일째 울산 현대자동차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부당해고, 노조 탄압이 없는 세상을 바라는 최씨의 농성은 쌍용차 해고자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으로 이어졌다. 이들 모두 아직도 시린 겨울 바람을 견디며 하늘을 지키고 있다.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폭력은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방관했다. 7월 경기도 안산시 자동차 부품업체인 에스제이엠(SJM) 공장에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 소속 경비원들이 난입했다. 노조 파업을 사전에 와해하려는 목적이었다. 창조컨설팅과 같은 노무 컨설팅 회사가 사쪽, 경비용역업체와 삼각동맹을 맺고 민주노조를 파괴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벌여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사회 곳곳의 부정의를 파헤치는 언론인들도 거리로 내쫓겼다. 6월, 문화방송은 파업 참가를 이유로 최승호 피디 등 7명을 해고했다. 올해만 문화방송·국민일보·부산일보의 언론인 10명이 해직됐다. 한결같이 공정 언론과 권력 비판에 충실하려는 기자·피디였다. 이명박 정부 시기 해직된 언론인은 이제 19명에 이른다.
그리고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이 있다. 4월16일 경북 영주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중학교 2학년생 이아무개(14)군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을 거뒀다. 다음날인 17일에는 경북 안동에서 같은 학년의 김아무개(14)양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유서를 쓰고 투신했다. 6월에는 축구 동아리 회원들이 괴롭힌다는 이유로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김아무개(16)군이 목숨을 끊었다. 경쟁과 폭력으로 채워진 학교에서 아이들은 견뎌내질 못했다. 대구·경북 지역 10여명을 비롯해 올해 적어도 120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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