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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돌이는 훈련중, 크레인은 요양중

등록 2012-12-28 15:42수정 2012-12-28 22:23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9월5일 수족관에서 조련사들이 풀어놓은 산 생선을 잡아먹고 있다. 따로 교육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제돌이는 곧바로 먹이를 쫓았다.(왼쪽)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진 강원도 원주 치악산드림랜드 동물원의 호랑이 ‘크레인’.(오른쪽)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크레인과 동물들의 이야기가 보도되자 1만명 넘는 서명이 이어졌고 서울대공원이 크레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자유연대 제공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9월5일 수족관에서 조련사들이 풀어놓은 산 생선을 잡아먹고 있다. 따로 교육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제돌이는 곧바로 먹이를 쫓았다.(왼쪽)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진 강원도 원주 치악산드림랜드 동물원의 호랑이 ‘크레인’.(오른쪽)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크레인과 동물들의 이야기가 보도되자 1만명 넘는 서명이 이어졌고 서울대공원이 크레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자유연대 제공



[토요판] 커버스토리
2012, <한겨레>토요판이 만난 동물
18일 치악산드림랜드의 호랑이 ‘크레인’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깨어 보니 서울대공원 동물원이었다. 8년 만에 호랑이 크레인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11월24일 <한겨레> 토요판은 강원도 원주시의 열악한 치악산드림랜드 동물원의 이야기를 전했다. 경영난 탓에 한때 식수 급여가 중단되고 먹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등 동물원은 사육사 한 명의 헌신으로 근근이 유지되고 있었다. 헛날갯짓을 하는 독수리, 바싹 마른 유럽불곰 등 동물들은 고통스러워 보였다. 2000년 말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근친교배로 태어나 입이 삐죽 튀어나온 ‘못난이’ 호랑이 크레인도 그중 하나였다. 새끼 적에는 장난꾸러기 맹수로 텔레비전에 출연했으나, 몸집이 커지자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고, 2004년 치악산드림랜드로 옮겨졌다.

큰 병은 없지만 왜소한 109㎏의 몸무게 

크레인의 ‘고향 이송 작업’에 동행한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가 말했다. “마취제를 세 번 놓자 크레인은 아침에 먹은 생닭을 토하고 겨우 잠이 들었어요. 수의사들이 검진을 시작했죠. 다행히 목 부위에 피부병이 있는 것 말고는 큰 병은 없는 듯했어요.” 몸무게는 109㎏에 지나지 않았다. 보통 수컷 호랑이가 170~200㎏ 나가니, 매우 왜소한 몸집이었다.

<한겨레> 보도로 크레인 소식이 알려진 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동물을 위한 행동은 크레인의 입양처를 수소문했고 인터넷에서는 1만명 넘는 서명이 이어졌다. 결국 서울대공원이 크레인을 받겠다면서 화답했고 치악산드림랜드는 크레인과 유럽불곰을 무상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5시께 크레인은 서울대공원에 도착했다. 호랑이 22마리가 사는 맹수사 내실의 한 독방을 배정받았다. 내년에는 맹수사의 리모델링 공사가 예정돼 있어서, 일반인이 크레인을 만나보긴 힘들 것 같다. 이기순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최선의 환경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영양 관리와 수의학적 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차선의 선택을 했다. 유럽불곰 두 마리에 대해서도 시립동물원 등 입양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돌이 방사 논란을 계기로
생소하던 ‘동물복지’ 개념은
어엿한 의제로 자리잡았다
2012년은 그 첫해로 기록됐다

크레인의 소식이 알려진 뒤
입양처를 찾아주자는
인터넷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서울대공원이 이에 화답했다

2012년은 우리 사회가 동물복지에 대해 주목하게 된 첫해로 기록된다. 변화는 ‘제돌이’에서 시작됐다.

<한겨레> 토요판은 3월3일 1면 커버스토리로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돼 서울대공원과 퍼시픽랜드(제주 서귀포)에서 공연을 벌이는 제돌이 등 남방큰돌고래에 대해 보도했다. 다소 생소하고 급진적으로 보였던 이 기사를 두고 ‘불법포획된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게 맞는가’라는 법리적 논쟁에서부터 ‘돌고래 쇼는 윤리적인가’라는 철학적 논쟁까지 벌어졌다. 전경옥 대표는 “동물원·수족관에 사는 전시동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보도 9일 만인 3월12일 제돌이에게 야생적응 교육을 시킨 뒤 내년 여름께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제주지방법원도 4월4일 퍼시픽랜드에서 공연중인 돌고래 5마리(1마리는 재판 과정에서 폐사)에 대해 몰수형을 선고했고, 12월13일 고등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퍼시픽랜드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함으로써, 4마리의 자유는 판결 때까지 늦춰지게 됐다.

복순이와 춘삼이의 귀향은 아직 미지수

제돌이는 야생방사에 앞서 서울대공원에서 산 생선을 잡아먹는 ‘사전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산 넙치를 수족관에 풀어주자 바로 잡아먹는 등 야생적응이 힘들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산 생선을 잡아먹는 능력은 야생의 바다에 나가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반면 불법포획돼 퍼시픽랜드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돌고래들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이 몰수형 판결을 뒤집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지만, 돌고래 4마리(복순, 춘삼, 태산, D-38)를 받아 바다에 내보낼 기관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대안은 내년 4월 제주 앞바다에 설치될 제돌이의 야생 적응훈련장에 합류시켜 함께 방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퍼시픽랜드가 대법원에 상고해 ‘시간벌기’에 나섬으로써 시일이 촉박해졌다.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는 울산 남구는 이들을 데려가겠다고 제주지법과 국토해양부 등에 밝혔지만, ‘야생방사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해양부는 야생방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최명범 국토해양부 해양생태과장은 24일 “야생방사 전에 민간에 임시관리를 맡기더라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약속을 할 수가 없다. 야생방사가 최선인지 생태체험(전시)이 최선인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다음달 안에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연구기관을 불러모아 이 문제를 논의한다.

한편 동물자유연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은 이달 초 제주지법에 4마리 돌고래에 대한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지난 4월 제주지법 판결 이후 8개월이 넘도록 퍼시픽랜드는 몰수형이 내려진 돌고래들로 공연을 벌이는 등 부당이득을 취해왔다. 국토해양부가 관리하는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나 제돌이 야생적응장에 합류시켜 야생 방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돌이 논란을 계기로 생소한 개념이던 ‘동물복지’가 우리 사회의 어엿한 의제로 자리잡았다. 정부가 7월4일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과학포경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자 심한 반대여론에 부닥쳐 결국 포경 재개가 백지화된 일도 제돌이가 아니었다면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권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동물보호과’를 만들었다. 12월19일 치러진 제18대 대통령선거에는 처음으로 공약집에 동물복지가 담겼다. 박근혜 당선인 또한 청와대에 유기동물을 입양하겠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하늘나라에선 마음껏 힘쓰고 살렴

품종: 오랑우탄
이름: 우탄
성별: 남
사망일시: 2012년 6월8일
사망장소: 동물원 사육실
임상진단명: 악성 림프육종
사망의 원인: 종양 비대에 따른 호흡곤란에 의한 심장마비
주요 소견: 악성 림프육종종대에 의한 기관지 압착 및 전신 장기 전이

우탄이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2012년 5월5일치 토요판 1면.
우탄이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2012년 5월5일치 토요판 1면.
티브이 스타였던 우탄이(20살 추정·수컷)가 남긴 것은 이 검안서 한 장이었다. 먹성 좋던 우탄이는 1~2주일 전부터 음식을 남기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우탄이가 살던 경기도 고양시의 주주동물원 쪽도 우탄이 진료를 고민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탄이가 죽었다. 지난 6월8일 아침 우탄이는 자신의 방에서 폐사한 채로 발견됐다. 별다른 외상 없이 깨끗한 사체는 해양동물들의 먹이를 보관하는 영하 19도의 냉동실에 보관돼 있다가 저녁에 부검을 받았다. 그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우탄이 사체는 냉동실에 그대로 있다. 동물원 쪽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국내 자원이 적은 오랑우탄 우탄이를 박제해 전시할 계획이다.

동물원은 우탄이의 빈자리를 새로운 오랑우탄으로 채웠다. 4년 전 부산에서 부도난 동물원 ‘더 파크’에서 데리고 있던 복돌이(10살 추정·수컷)를 6천만원 주고 구입해 지난 10월께 주주동물원으로 데려왔다. 동물원 쪽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합법적으로 한국으로 들여온 복돌이에 대한 양도신고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마쳤다고 밝혔다.

복돌이는 우탄이의 과거다. 우탄이가 살던 쇠창살 쳐진 초록색 우리가 현재 복돌이의 집이다. 우탄이가 그랬듯, 동물원에 사는 암컷 오랑우탄 오랑이(9살)와의 합방이 기다리고 있다. 동물원에서는 곰 사육장 한쪽을 빌려 복돌이와 오랑이의 신방을 차려준다는 계획이다. 부산에서 잘 먹지 못하고 갇혀 지내기만 한 복돌이는 다리랑 팔에 근육이 다 빠진 상태. 지금 몸을 만드느라 관람객들을 만나지 못한다. 겨울이 가고 날씨가 푸근해지면 복돌이는 우탄이처럼 우리 안 철창 너머로 관람객을 맞을 것이다.

우탄이와 쇼 동물들의 고단한 밥벌이에 대한 기사(<한겨레> 5월5일치 1면)가 나간 뒤 제보가 이어졌다. 전직 동물원 사육사였다고 밝힌 이는 우탄이가 사람보다 힘이 세지자 우탄이의 손가락 가운데 인대를 잘라 손을 꽉 쥐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고 알려왔다. 동물원 쪽은 그런 적이 결코 없었다고 부인했다. 단, 철문을 두번 덧씌웠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힘이 센 우탄이가 볼트를 돌려 풀어버리기 때문에 겹겹이 문을 세워 사람과 격리한 것이다.

어떤 이유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학문적으로 40살까지 사는 오랑우탄의 자연수명이 티브이동물쇼 스타이자 동물원의 자랑이었던 우탄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쇼를 선보이다 맹수의 길을 선택한 우탄이가 하늘나라에서는 오래오래 살기를. 우탄아, 안녕.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관련기사]

▷ 우탄이는 왜 쇼를 거부했나
▷ 사육사 공격하고, 자해…‘쇼맨’ 우탄이의 분노
▷ 어망에 걸렸지…죽은 생선을 받았어…묘기를 배운 거야
▷ 돌고래가 물 속에서 ‘자살’했다
▷ ‘부도’ 직전 동물원 가보니 굶주린 호랑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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