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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60대 경비노동자 민씨, 굴뚝 올라 새해맞은 까닭은

등록 2012-12-31 19:53수정 2012-12-31 21:37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새해를 앞두고 해고통보를 받은 민아무개씨가 31일 오후 단지 내 굴뚝에 올라 ‘고용안정보장’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새해를 앞두고 해고통보를 받은 민아무개씨가 31일 오후 단지 내 굴뚝에 올라 ‘고용안정보장’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서 항의
62살까지 촉탁고용 타협 불구
근무평가 빌미로 대부분 해고
“9년간의 노동 버림받아 허망
포기땐 나 자신 잃을 것 같아”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단지 안 30m 높이 굴뚝에 환갑을 넘긴 경비원이 올랐다. 이 아파트에서 10년째 경비원으로 일해온 민아무개(62)씨가 계약해지에 반발해 고공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의 경비용역을 맡고 있는 ‘한국주택관리’는 이날 민씨를 포함해 1953년 이전에 태어난 60살 이상 경비노동자 23명 중 14명의 근로계약을 해지했다.

이 아파트는 정년인 60살이 지나도 65살까지는 1년씩 계약을 맺는 촉탁직으로 재계약을 하면서 고용을 유지해왔다. 그 조건이 바뀐 것은 올해 3월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60살을 넘긴 촉탁직을 모두 계약해지하기로 결정했다. 70여명의 경비원 가운데 27명이 계약해지 대상이 됐다.

이후 경비원들은 ‘고용안정을 보장하라’는 펼침막을 아파트 단지에 내걸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회사는 63살 이상만 계약해지하고, 앞으로 2년 동안 62살까지 촉탁직으로 고용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 정도에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으나, 실은 그게 아니었다. 11월 중순, 정년이 넘어 촉탁직으로 일하는 60살 이상 경비원 23명에게 해고예정 통지서가 날아왔다. 계약갱신을 위해 매년 똑같은 통지서를 받아왔고 애초 약속도 있었기에 민씨 등은 별일 아니라고 믿었다. 12월 중순에는 사직서를 쓰라고 했다. 이 역시 연례행사였다. 사직서를 쓰면서도 계약 갱신을 통해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지난 30일 관리사무소가 내건 2013년 경비원 근무표에는 민씨 등 60살 이상 경비원 14명의 이름이 없었다. 60살 이상 촉탁직 가운데 절반 이상에 대한 고용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것이다. 아파트관리소 쪽은 “재계약하지 않은 14명 가운데 4명은 62살이 넘어 애초부터 재계약 대상이 아니었고, 나머지 10명은 근무평가가 안 좋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형기(59) 서울일반노조 신현대아파트 경비분회장은 “자기 차에 흠집이 생겨 잠시 살펴보고 있던 걸 근무태만으로, 경비초소 안이 너무 밝아 형광등을 조금 가렸다고 무단 근무환경 변경으로 시말서를 쓰게 했다. 이런 일들을 이유 삼아 길게는 20년 넘는 근무기간 동안 단 한차례 시말서를 쓴 경비원들까지 재계약 해지 대상으로 정했다”고 반발했다.

새해를 이틀 앞두고 재계약 불가 사실을 알게 된 민씨는 31일 오전 6시, 1평도 안 되는 경비초소에서 24시간 밤샘 근무 한 것을 끝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2003년 9월15일 아파트 경비직으로 입사해 매매가 10억원이 훌쩍 넘는 고급 아파트와 즐비한 고급 외제차를 하루종일 지켜왔던 민씨는 새해 전날 실직자가 됐다. “고공농성 같은 거 안 하고 (재계약을)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포기하는 건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거니까….”

10년간의 노동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민씨는 마지막 퇴근장소를 아파트 단지 내 굴뚝으로 정했다. 31일 낮 12시 영하 6도의 칼바람을 맞으며 아파트 보일러실 굴뚝을 기어올랐다. 조준규(35)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선전부장이 함께 올랐다. 굴뚝 위에는 ‘우리는 일하고 싶다. 해고를 철회하라’고 적힌 펼침막이 내걸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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