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고공농성중인 해고 경비원 민아무개씨와 함께 해고된 동료 경비원들이 2일 낮 농성 장소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단지 굴뚝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감시단속직 노동여건 최악
임금체불에 상시해고 고통
임금체불에 상시해고 고통
압구정동 60대 경비원 고공농성 사흘째
42m 높이 굴뚝 중간지점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사흘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해고 경비원 민아무개(61)씨가 환갑을 넘긴 고령인데다 기록적인 한파까지 겹쳐 불상사가 생기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씨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단지 안 굴뚝에서 비닐로 사방을 둘러쳐 바람을 막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농성중이다. 난로나 전기장판 등 발열기구도 전혀 없이 최강의 한파에 맞서고 있다. 농성이 시작된 지난달 31일은 영하 10.1도, 1일은 영하 8.7도, 2일은 13.1도를 기록했다.
2일 현재 경기도 평택, 울산 등 전국 4곳에서 진행중인 고공농성자 가운데 민씨는 최고령이다. 민씨와 함께 고공농성중인 조준규(35)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선전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령인 민씨가 추위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지금 감기 기운도 있는데 영하 16도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닥친다고 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조 부장은 “오직 다시 일하고 싶다는 의지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씨를 걱정하는 주민들도 있다. 아파트 주민인 전아무개(55·여)씨는 “주민들과 충분한 상의도 없이 입주자 대표들이 가족처럼 지내온 경비원들을 쫓아낸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 나이 많으신 분이 올라가셨는데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이날 오전 11시께 한 40대 남성은 아파트 관리사무실을 찾아 “이 아파트에서 30년을 살았는데 빨갱이들이 설치는 꼴을 봐야겠느냐. 저거(고공농성) 언제 진압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고공농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를 긴급소집할 계획은 아직 없다. 다만 정기회의가 9일로 잡혀 있긴 하다”고 말했다. 사태 해결까지 적어도 일주일 이상 더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서울 도심 아파트에서 벌어진 고공농성을 계기로 경비원 등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확산될 조짐이다. 이날 낮 12시 고공농성이 벌어지는 굴뚝 아래에서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민주노총이 공동주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화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위원장은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원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열악한 근로조건에 놓여 있다. 고령의 민씨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것은 그들의 처지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저녁 6시3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주관으로 해고자 복직 기원 미사도 열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감시단속직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파트 경비원들의 시간당 임금은 4374원으로 지난해 최저임금인 4580원보다 낮다. 사용자의 불법행위도 끊이지 않아, 조사 대상 993개 아파트 가운데 840곳에서 임금체불, 최저임금법 위반 등 2297건의 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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