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운행을 시작한 청와대행 8000번 서울시내버스가 이명박 정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적자누적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했던 8000번 시내버스의 운명은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빼닮았다.
2008년 5월1일 ‘국민과의 거침없는 소통’,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관광명소 청와대’란 구호를 걸고 8000번 시내버스가 출발했다. 8000번 버스는 청와대 사랑채 앞을 출발해 국립민속박물관·조계사·롯데백화점·숭례문을 지나 서울역에서 순환하는 노선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그동안 경호상의 이유로 차량 진입 등을 통제해왔던 청와대 주변을 시민들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히고, “문민정부 이후부터 청와대가 꾸준히 개방돼 왔지만, 일반 시내버스가 청와대 앞길로 다니게 된 건 건국 후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9년 8월15일 광화문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케이티(KT)빌딩 앞에서 8000번 버스를 타고 청와대까지 이동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지갑에서 티머니 카드를 꺼내 버스요금을 결재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8000번 버스 탑승을 두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자세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가 소통의 상징으로 내세운 8000번 버스는 2008년 5·6월 촛불 시위 때 불통의 상징으로 변했다. 시민들이 이 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가려하자, 사복 경찰관들이 버스에 올라타 승객을 검문했고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치밀한 사전타당성 검토없이 전시 행정으로 시작한 8000번 버스는 곧 적자버스로 전락했다. 노선도 짧고 특색이 없는데다 국내에서 가장 길이 막힌다는 명동과 광화문을 지나는 바람에 배차간격이 30분씩 벌어져 타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출퇴근 시간에 타는 청와대 직원 10여명을 빼면 하루종일 승객이 드물었다.
해마다 6000만원의 적자가 쌓였지만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서울시가 적자를 메워줬다. 시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8000번 버스를 지난해 8월부터 토요일과 공휴일에만 운행하는 주말버스로 조정했다가 이번에 완전히 폐지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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