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 간부를 미행하다 들킨 국가정보원 직원(▷ 국정원 직원, 진보단체 간부 불법사찰 의혹)이 경찰에 불려가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앞서 경찰에 대리운전 등을 한다고 거짓 진술했던 그는, 이번에는 국정원 직원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으나 ‘미행은 정당한 공무수행이었다’고 주장했다.
13일 경기도 수원중부경찰서의 말을 종합하면, 수원진보연대 고문 이아무개(49)씨가 자신을 불법으로 미행하다 폭행까지 했다고 주장하며 상해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한 국정원 직원 문아무개(39)씨를 지난 12일 오전 피고소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씨는 경찰에서 국정원 직원으로서 이씨를 따라간 것은 정당한 공무수행이었다고 주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씨가 이를 입증하기 위해 법원의 영장 등 증빙서류를 제시했다. 그러나 국정원 수사기밀 등의 이유로 영장의 내용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영장을 확인만 하고 복사하지 않은 채 문씨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문씨는 이날 오전 9시께 목도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변호인과 함께 출석한 뒤 수원중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3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정오께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수원종합운동장 근처에서 이씨를 미행하다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 지구대로 넘겨진 문씨는 당시 “직업이 없고 피시(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친구를 만나러 당구장을 찾다 (이씨한테)영문도 모르고 폭행당해 끌려왔다”는 등의 거짓 진술을 했다. 이어 갑자기 나타난 변호사의 신원 보증으로 지구대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국정원은 뒤늦게 11일 경찰에 협조문을 보내 ‘문씨가 국정원 직원이고, 이씨의 국가보안법 혐의 입증을 위해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던 중이었다’고 알렸다.
경찰은 이른 시일 안에 미행을 당한 이씨를 조사한 뒤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수원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등 회원들은 14일부터 국회와 국정원 등을 돌아다니며 국정원 규탄 시위와 함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 등을 벌이기로 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장정일 “김지하, 왜 거짓말 밥 먹듯 할까?” 비판
■ 어버이연합 패러디 ‘대자연’ 총재는 누구?
■ 호랑이 없는 산골의 왕은, 자그마한 ‘담비’
■ 남자아이 성적학대? 상반신 누드 가린 손 때문에…
■ “징계 풀리면 중국 잡아보는 것이 목표”
■ 장정일 “김지하, 왜 거짓말 밥 먹듯 할까?” 비판
■ 어버이연합 패러디 ‘대자연’ 총재는 누구?
■ 호랑이 없는 산골의 왕은, 자그마한 ‘담비’
■ 남자아이 성적학대? 상반신 누드 가린 손 때문에…
■ “징계 풀리면 중국 잡아보는 것이 목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