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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민 알권리, ‘대화 비밀’ 이익보다 공익성 커

등록 2013-01-18 20:09수정 2013-01-18 21:27

검찰, 최성진 기자 기소|법적 쟁점은
불법선거 논란 번질 중대사안 판단
대화 몰래 들으려는 고의성도 없어
검찰이 18일 ‘정수장학회 비밀회동’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를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의 위법성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검찰은 ‘타인의 대화를 엿듣고 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겼다고 봤지만, 이런 보도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공익에 기여한 측면이 큰지 아니면 대화의 비밀을 보호함으로써 얻을 이익이 큰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2년 10월8일 최 기자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통화를 했고, 전화를 끊은 줄 알았던 최 이사장이 <문화방송>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등과 시작한 대화를 휴대전화로 듣고 녹음해 보도했다면서 이를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청취·공개하는 것을 금지”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 기자는 최 이사장이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이 본부장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바람에 우연히 대화 내용을 듣게 된 것이어서, 검찰의 법 적용이 적절한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연히 타인의 대화를 듣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창문이 열려 있었는데 지나가다 안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 최 이사장과 이 본부장의 대화를 몰래 들으려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언론 보도에서는 공익성이 면책사항으로 중요하게 고려된다. 최 이사장과 이 본부장의 대화는, 2012년 12월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수장학회가 문화방송 주식을 처분해 문화방송을 민영화하고, 대선 접전 지역인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불법 선거운동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또다른 판사는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에 이를 정도의 공익성이 있는 보도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비밀 보호로 얻는 이익보다 보도의 공익성이 더 크면 위법성이 사라져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우리 법원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는 판례로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 사건이 있다. 국정원이 불법 도청한 삼성의 정·관계 인사 로비 행태 자료를 넘겨받아 폭로한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는 2005년 12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2심에서 유무죄가 엇갈렸는데, 대법원에서는 전원합의체까지 열리는 격론 끝에 8 대 5 의견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의 경우 “보도로 인한 공익이 통신비밀 유지로 얻어지는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관 8명의 의견이었고, 나머지 5명의 대법관은 그 반대였다.

최 기자의 경우 의도적인 도청이 아니라는 점과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중대한 보도였다는 점 등에서 ‘삼성 엑스파일’ 사건과도 다른 상황인 만큼, 법원이 어떤 새로운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태규 박태우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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